제4이통, 주파수에만 4301억 원…시작부터 '승자의 저주' 우려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4-02-01 18:47:07
예상 뒤엎은 과도한 주파수 대가가 문제
시초가의 5.8배…입찰가 낮춘 정부 취지도 무색
스테이지엑스, 초기 출범 비용 마련 주목
"차별화 서비스도 관건…무리한 특혜 안 돼"

스테이지엑스가 5G 28㎓ 대역 주파수 경매의 최종 승자로 확정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제4이동통신(제4이통) 사업자가 나왔다.

1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진행한 주파수 경매에서 무려 4301억 원을 입찰가로 제시하며 제4이통 사업권을 따냈다.
 

▲ 스테이지엑스의 5G 서비스 소개 이미지 [스테이지파이브 홈페이지]

 

통신시장이 3사 고착에서 4사 경쟁 구도로 바뀐다는 점에서 제4이통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하지만 과도한 주파수 할당 대가로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제4이통 사업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초가의 5.8배…예상 뒤엎은 주파수 대가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은 4301억원은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최저경쟁가격을 한참 넘어섰다. 정부는 제4이통 사업자의 초기 진입비를 낮추고자 최저 입찰가를 742억원으로 낮췄지만 최종 낙찰가는 시초가의 5.8배로 뛰었다.


지난 2018년 통신 3사가 동일 주파수 대역에 지불한 평균 낙찰가(2074억원)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사업 시작도 하기 전에 주파수 비용으로 허리가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네트워크 설치비를 포함한 초기 투자비는 더 크다. 스테이지엑스는 28㎓ 주파수 대역의 네트워크 구축비와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를 위한 통신망 이용료(로밍비), 단말기와 장비 구입비를 확보해야 한다.

올해 6월 주파수 할당이 이뤄지면 2026년까지 전국에 28㎓ 기지국 장비 6000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통신 3사의 선례에 비춰 약 15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시장 안착을 위해 브랜드 홍보와 광고 등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초기 출범비용은 더 크게 늘어난다.

단말기와 장비 확보도 관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28㎓ 대역 주파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관련 장비와 설치비였다. 고주파 대역일수록 회절률이 떨어지고 장애물에 취약해 28㎓ 주파수는 다른 대역보다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 3사에게는 1만5000대의 기지국 설치를 의무 조건으로 부과했지만 제4이통에는 그 수를 6000대로 줄여줬다. 현저히 줄어든 기지국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성능이 대폭 향상된 장비가 나와야 한다.

주파수 대가 지불 이후… 스테이지엑스, 자금 확보 주목


통신 전문가들은 통신 사업이 막대한 자본을 요한다는 점에서 제4이통 사업자 후보들의 자본 취약성을 지적해 왔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사업이 실패하면 사회적 비용 낭비는 물론 이용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테이지엑스를 주도하는 스테이지파이브는 2015년 설립된 알뜰폰(MVNO) 회사다. 지난 2017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으며 카카오 계열사가 됐지만 사업권 도전에 앞서 카카오 지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계열 분리했다.
 

▲ 스테이지파이브 회사 로고. [스테이지파이브 홈페이지]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는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위성통신장비사인 인텔리안테크 등이 합류, 약 800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파수 경매 대가로 확보 자금의 절반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은 자금 활용과 추가 자금 확보는 철저히 스테이지엑스의 몫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오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사업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차별화 서비스도 관건…무리한 특혜 안 돼"

 

제4이통은 통신 3사 체제를 변화시킬 촉매로 주목받는다. 한국의 통신시장은 지난 1997년 5개 사업자에서 2002년 3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지금의 3사 경쟁구도로 전환된 후 22년간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일곱번이나 제4이통 사업자 찾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여덟번의 도전 끝에 네번째 통신 사업자 후보를 찾았다.

문제는 제4이통의 경쟁력. 기존 통신 3사를 능가할 획기적 서비스나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품질의 서비스로 더 저렴하거나 차별화된 추가 혜택이 필수적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통신사들의 망을 얼마에 빌려쓸 수 있느냐가 현재로서는 관건"이라며 "시장가격보다 싸게 빌려야만 차별화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4이통을 '무조건'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정부로선 통신 3사가 로밍 비용을 낮게 책정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YMCA 한석현 시민중계실장은 "이름도 생소한 제4이통 후보가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지 궁금하다"며 "기지국 설치부터 장비 확보, 초기 마케팅 비용까지 여러 가지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무리한 특혜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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