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고은 손배소송, 모든 것 걸고 싸우겠다"

권라영 / 2018-08-23 18:03:38
미투시민행동과 기자회견…"술집서 자위행위 똑똑히 목격"

고은(85)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최영미(57) 시인이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다"며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 열린 '시인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영미 시인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구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은 시인의 반격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을 묵살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고 피해자와 증언자를 위축시키려는 2차 가해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최 시인은 지난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발표했다. 이 시는 '미투' 운동 확산에 힘을 실었으며, 이를 계기로 최 시인은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고은 시인은 지난달 17일 최 시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투시민행동은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규탄하고 공동대응을 논의했다.

최 시인은 "민족 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라며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똑똑히 보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품위를 잃지 않고,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싸워서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일은 늘 있어왔다"며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 2차 피해, 역고소 등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원에는 "성인지감수성을 믿고 기대한다"고, 고은 시인에게는 "명예훼손을 말하기 전에 피해자들이 겪어온 고통을 헤아리고 자기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예술, 문화의 이름으로 행해진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이며, 최 시인의 용기 있는 말하기에 손배소로 대응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며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킬 마음이 있고,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시인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조현욱 변호사는 "최 시인의 고은에 대한 성추행 폭로는 미투운동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라며 "최 시인의 행동은 문화 권력을 상징하는 고은의 오랜 추태, 그를 묵인하고 비호하는 문단 내 침묵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 재판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 그 이상의 의미"라며 "더이상 예술성이란 미명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시민행동은 "이번 손배소 과정에 연대하고 최 시인에 대한 2차 피해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미투시민행동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개설되는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 및 목격자 제보센터' 등과 연대해 대응할 방침이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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