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맛보기] 이런 음식은 없었다…섞고 버무리는 창의적인 한식 세계

UPI뉴스 / 2019-05-01 08:00:09
'조화·융합의 스타플레이어' 비빔밥 문화

"섞고 비비고 말아서 조화와 창조적인 맛을 추구한다." 


▲ 비빔밥 [장규수 제공]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식처럼 정성스레 조리한 갖 가지 음식을 하나의 그릇에 담아서 섞어 먹거나 식탁 위에서 직접 불에 익혀 먹는 음식 문화는 없다. 비빔밥과 국밥이 대표 주자이다. 이런저런 재료를 한꺼번에 섞고 말아서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재미있는 음식이다. 비빔밥(Bibimbap)은 한국 요리의 미학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전통ㆍ정통 한식이랄 수 있다. 원래 골동반(骨同飯, 혹은 骨董飯)이나 화반(花飯)이라 불렸다. 한자어 '골동반'을 풀이하면 골(汨)은 '어지러울 골'이고, 동(董)은 '비빔밥 동'이어서 '이런저런 재료가 어지럽지만 고루 섞여 있는 밥'이라는 뜻이다. 국밥은 '장국밥''국말이'라고 하는데, 밥상에서 국과 밥을 합치는 것이 아니고 장터나 부엌에서 빠르게 먹을 수 있도록 국에 밥을 넣어서 대접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빔밥과 국밥은 음식을 부엌에서 조리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식탁에 내어온 음식을 섞고 말아서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한 창의적인 음식 문화이다.

피난민이 전파한 '스피드 미학'의 국밥


서양이 빵으로 대표되는 음식문화라면, 동양은 쌀로 만든 밥이 식단의 기본이다. 그런데 밥을 여러 가지 요리에 곁들여 먹는 것이 아니고, 국(Soup)에 넣어 새로운 형태의 국밥을 만들어 먹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음식문화라 할 수 있다. 서양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양인들도 한국인들이 밥을 국에 넣고 말아서 먹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다. 


국밥은 일반적인 국물이 있는 음식과 다르다. 밥과 국이 합쳐진 음식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 한국인들은 손이 시린 겨울철 장터에서 밥이 담긴 그릇에 따듯한 국을 부어서 말아 먹었다. 그러다가 6ㆍ25 전쟁이 나면서 피난민들이 길거리에서 간편하게 먹으며 널리 알려졌는데, 국수에서 유래했으리라 짐작된다. 고기나 해산물로 육수를 우려낸 뒤에 면을 넣어서 후루룩 먹는 국수를 생각하면 된다. 국밥은 국수처럼 고깃국에 밥을 넣어서 기다림 없이 재빠르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피드 미학이 담겨 있다. 


국수가 지역에 따라서 조리법이 다양한 것처럼, 국밥도 지역적 특징이 강하다. 6ㆍ25전쟁 때문에 피난민이 몰려든 부산에서는 값이 아주 착하면서도 고깃국을 제공하려는 인심이 돼지국밥을 만들었고, 전주에서는 넉넉한 콩나물에 달걀을 풀어서 모주와 곁들이는 콩나물국밥을 탄생시켰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힘들고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저런 음식들을 환경에 맞추어 섞어먹는 삶을 이어왔다.

'버무리고 섞어서' 새로운 콘셉트 창조


음식을 섞어서 먹는 문화는 비빔밥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단순히 섞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버무리고 비벼서 갖은 약념이 여러 재료에 잘 융화되도록 만들어 먹는다. 비빔밥은 지역별로 종류가 다양하다. 북한의 해주비빔밥, 전북의 전주비빔밥, 경남의 진주비빔밥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진주비빔밥은 소의 사골 육수에 밥을 지어 육회, 묵, 다양한 야채들과 함께 선짓국을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진주비빔밥과 함께 진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진주냉면이다. 진주 냉면은 해물육수로 맛을 낸 냉면에 육전을 고명으로 잘라 얹어 먹는 게 눈에 띈다. 냉면과 육전이라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를 섞어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었다.


▲ 비빔밥 만들기 체험중인 학생들 [장규수 제공]


전주비빔밥은 밥의 뜸을 들일 때 콩나물을 넣고 만들어 육회, 묵, 햇김 등을 고추장을 섞어 먹는다. 경북 안동비빔밥은 고추장으로 비벼먹지 않고 간장 약념으로 비벼 먹는다. 그리고 황해도 해주비빔밥은 밥 위에 닭고기와 여러 가지 나물 등을 얹어서 만든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지역마다 재료가 다르다. 전남 보성에서는 꼬막이 들어간 꼬막회비빔밥, 경남 거제도에서는 바다내음 물씬한 멍게비빔밥, 통영에서는 비빔밥에 두부탕국을 곁들여 먹는다. 산간지역에서는 산채비빔밥, 해안지역에서는 생선회비빔밥을 즐겨 먹었다. 이렇듯 비빔밥은 지역과 계절, 색과 맛이 어울려 조화와 융합을 이룬 한국의 대표 먹거리다.

세계화로 줄달음치는 비빔밥


비빔밥 문화를 세계로 알리기 위한 노력은 현재 아주 다채롭게 진행형이다. 외식기업 CJ푸드빌에서는 '비비고(Bibigo)'라는 브랜드로 비빔밥 전문점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지구촌 어디를 가도 아주 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의 전통적인 비빔밥 형식으로 접시에 각자 원하는 종류의 밥과 소고기, 닭고기, 두부 등 토핑을 선택한 뒤에 고추장, 간장 등 여러 가지 약념을 골라서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에 이어 '비비고 만두'를 출시했는데 해외 각지에서 반응이 좋아 수출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비비고 만두'의 미국 수출액은 2400억 원을 기록했고, 중국 수출액은 2015년 70억 원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500억 원으로 무려 7배나 성장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 가운데 먹거리로 대박이 나서 연간 수출액이 3000억 원을 돌파한 사례는 오리온의'초코파이' 뿐이었다. 그런데 '비비고 만두'와 '신라면'이 지난해 3000억 원을 넘어서 새로운 '식품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비밥(Bibap)'이라는 비빔밥을 주제로 한 넌버벌 공연이다. 비보잉과 비트박스 등 신나는 리듬이 어우러진 공연이어서 갈수록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난타'와 '점프'의 연출을 맡은 최철기 사단이 만든 뮤지컬인데,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비보잉과 비트박스를 섞어서 공연을 꾸몄다. 그동안 '비밥'은 20개국 85개 도시에서 공연하며, 비빔밥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뮤지컬 '비밥'은 최근에 '뮤지컬 셰프'로 이름을 바꾸었다. 비밥(Bebop)은 재즈음악에서 사용되는 용어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혼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을 식탁에서 개인의 취향대로 섞어 먹는 한식문화는 창의적인 한국인의 민족성과 외세의 침략과 어려움을 겪어낸 지혜가 담겨있는 우리의 전통문화다. '대장금', '비비고', '비밥'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개발되어 널러 알려지길 기대한다.


▲ 장규수 문화콘텐츠학 박사


장규수 문화콘텐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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