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혼돈의 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넉달간 대한민국을 휘저은 내란정국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어렵잖게 정리될 줄 알았다. 윤석열과 그 일당들은 고개 숙이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다.
예상은 또 빗나갔다.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된 윤석열은 사과는커녕 거꾸로 지지자 선동에 나섰다.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관저정치'를 시작했다.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인 내란수괴 피고인이 누굴 지키겠다는 것인가. 본인 앞가림도 버거운 판이다. 내란재판 외에도 직권남용,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 선거개입 등등 수사받을 범죄가 첩첩이다.
전광훈·전한길류의 극우세력에 편승해 윤석열 방탄에 매진했던 국민의힘도 가관이다.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그런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며 스스로 내란공범을 자처한 정당이다. 사과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이라도 보여줄줄 알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되레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에게 화풀이다. 그들을 내쫓으려 혈안이다.
와중에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마침내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전혀 없는 인물"이라고 '뇌피셜'을 쏟아냈다. 그렇게 자유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자가 불법계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한 대통령을 결사옹위하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완규(법제처장)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선 "그야말로 미스터 법질서, 미스터 클린", "마은혁과는 천양지차"라고 극찬했는데, 이완규 지명이야말로 '잘못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12‧3불법계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당일밤 이 처장은 "잤다"고 했다. 명색이 법제처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불법계엄이 선포된 그 긴박한 상황에서 두다리 펴고 잠자리에 들 수 있나. 다음날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장관,김주현 민정수석과 삼청동 안가 회동을 한 뒤 전원 휴대폰을 바꿔버린 사실도 드러난 터다. "왜 바꾼 거냐"는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질문에 이완규는 "글쎄요. 오해받기 싫어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누가 믿겠나. 오해받기 싫다면 휴대폰을 유지하는 게 상식이다.
마은혁을 포함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고 버텨 탄핵소추됐던 한덕수는 왜 하필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이렇게 논란의 인물을 콕 집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인가. 내란 연루 혐의자가 헌법재판관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헌법재판소는 헌정질서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권위와 신뢰를 잃는다면 헌정질서가 위태로워진다. 그런 인물에게 헌법 수호의 신성한 임무를 맡길 수 없음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이치인데도 콕 집어 지명하니,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헌정질서 최후의 보루에 내란 연루자를 '알박기'해두고, 향후 심판을 대비하려는 포석인 건가. 그렇다면 이 또한 법치 훼손이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한덕수는 끝까지 '내란대행'으로 남으려 작정한 것인가.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에서 꺼지지 않은 내란의 잔불을 본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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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열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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