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헌재에서 '新을사○적'이 탄생할 것인가

류순열 기자 / 2025-04-01 16:00:10

"탄 핵 기 각!" 아홉 살은 되었을까. 소년 하나가 확성기를 들고 선창했다. "탄 핵 기 각!" 백발 성성한 노인 예닐곱이 따라 외쳤다.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나온 걸까. 탄핵이 뭔지는 알고 외치는 걸까. 지난 일요일 낮 눈발 날리는 헌법재판소(헌재) 주변 풍경이다

 

을씨년스러운 2025 을사년 봄 헌재는 포위됐다. 정문앞 도로엔 경찰 버스들이 긴 성벽을 쌓았다. 헌재로 향하는 인도는 통제됐다. 그 길목 곳곳엔 태극기, 성조기를 든 이들이 진을 쳤다. 탄핵 기각을 외쳤고 이재명 제1야당 대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주로 노인이었고 더러 젊은이도 보였다

 

을씨년스러운 1905 을사년 가을 경운궁(현 덕수궁)이 그랬다. 일본군에 포위됐다. 안에선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다. 끝내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됐다. 억지로 맺은 조약, '늑약'(勒約)이었다.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빼앗겼다. 나라가 망한 것이다. 망국에 앞장선 이완용 학부,이지용 내부,박제순 외부,이근택 군부,권중현 농상공부 다섯 대신은 영원한 죄인 '을사5'으로 남았다.

 

2025년 헌재는 1905년의 덕수궁이다. 120년전 대한제국 운명이 덕수궁에서 갈렸듯 2025년 대한민국 운명이 헌재에서 결정된다. 파면이냐, 복귀냐.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나라 운명을 가른다.

 

복잡할 거 하나 없는 심판이다. 123 비상계엄은 명명백백 위헌불법 계엄이었다. 전시 또는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아닌데도 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인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것이다.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탄핵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속한 파면만이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럼에도 헌정질서 최후의 보루, 헌재는 머뭇거렸다. 민생이 무너지고, 환율이 치솟고, 국가 위신이 추락하는데도 시간만 질질 끌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극우세력, 그들에게 빌붙은 여당 의원들에 포위되어서인가, 아니면 아예 같은 편이어서인가.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래서 윤석열이 복귀한다면 그 것은 곧 망국의 길이 될 것이다. 헌재는 윤석열에게 '내란 면허증','학살 면허증'을 준 것이나 다름없고, 123 내란 실패로 실행되지 않았던 '수거계획'은 다시 감행될 것이다. 시민들은 봉기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유혈참극 불사하는 내전 상태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물론 이 번에도 성공하지는 못할 테지만.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헌재 선고는 이렇게 날 것이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라는 문장도 들어가길 기대한다. 그래야 논란이 말끔히 정리되고 헌정질서가 빠르고, 온전하게 회복될 것이다. 

 

만약 탄핵안을 기각하는 재판관들이 있다면 '역사의 주홍글씨'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법리를 버리고 정치적 이해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험에 내몬 자들이다.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신(新)을사'으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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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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