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자와 스파이의 만남은 절대고독과 생명의 위협속에 시작됐다”
최근 흑금성이라는 이중스파이와 관련된 책과 영화가 거의 동시에 나와 화제다. ‘공작’이란 같은 제목을 쓰는 책과 영화 중 책이 먼저 발간됐다. 김당 UPI뉴스 선임기자가 쓴 논픽션 〈공작〉이 8월 초 개봉 예정인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의 모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25일 책 출간을 맞아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김당의 공작 북콘서트’가 열린 가운데, 이 자리에는 저자인 김당 기자와 '공작'의 실제 주인공 흑금성 박채서씨, 윤종빈 영화감독, 박지원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김강석 UPI뉴스 편집주간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독자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에 앞서 열린 김당 기자의 저자 사인회에서는 행사 시작 전까지도 미처 사인을 받지 못한 독자들의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열띤 반응을 보였다.
축사에 나선 김강석 UPI뉴스 편집주간은 “김당 기자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물꼬를 바꾼 기자”라며 “〈시크릿파일 국정원〉에 이어 이번에도 대작을 보여줬다. '공작'이란 작품은 한국 정치사의 큰 궤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서 스파이와 기자의 환상의 콜라보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지원 의원도 “그동안 흑금성에 대해 잘 몰랐다. (오래 전부터) 김당 기자를 통해 얘기는 들었지만 자세한 활동 내용은 알지 못했다. 김당 기자가 쓴 이번 책에 흑금성 활동의 자세한 내막이 잘 쓰여있다고 들었는데, 기대가 된다. 오늘 당장 읽어보고 흑금성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김당 “영화와 책이 동시에 나오게 된 것은 우연”

첫 질문에서 오 교수가 영화와 책이 동시에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김 기자는 “일부러 짜고 한 것은 아니고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윤 감독께서 영화를 8월8일 이전에 개봉하려다가 늦췄고, 나 역시 공작 출간이 출판사 사정으로 늦춰지다보니 영화와 책이 보름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파이와 기자가 오랜 관계를 맺은 이유에 대해 묻자 박씨는 “(스파이는) 신분이 탈로날 경우 죽게 된다. 그런 사지를 오가면서 위험한 공작을 하게 돼 생명에 대한 안전장치와 최소한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동반자적 입장에서 만났다. 제 가족과 저에게 큰 버팀목으로 지내게 도움을 준 의인”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이번 책이 1, 2권으로 구성된 것과 관련해 “흑금성이 국가에 보호를 받았던 시기가 1부에 해당하는 〈공작〉이고, 2부인 〈공작2〉에서는 해직된 이후 대북 비선으로 활동했던 스토리를 담았다. 윤종빈 감독 영화는 1권에 해당이 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집필과정에서 “기자이다 보니까 직업상 사실 확인을 꼼꼼히 해야 하는데, 흑금성공작 활동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북한과 중국에서 이뤄져서, 그런 부분들을 교차확인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윤종빈 “김당 기자의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듣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 요청했다”
반면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영화화했던 계기를 묻자 “우연히 신동아에서 기사를 통해 흑금성을 알게 됐으나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김당 기자가 출연한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듣고서 정보를 얻은 후 직접 연락을 드려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시작됐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김당 기자가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10년의 공작활동이 방대해서 이것을 어떻게 2시간 안에 각색할지, 팩트 위주보다 영화적 논리에 따라야 하는데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덧붙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책과 영화의 실제 주인공 ‘흑금성’ 박채서씨가 본격적으로 공작 활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박씨는 대전교도소 수감 중 옥중에서 수기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해 “기록을 남긴다면 꼭 김당 기자를 통해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대전교도소 수감시절 아내와 큰딸이 면회를 와서 영화 이야기를 했다. 누가 하냐고 물었더니 김당 기자가 추진한다고 해서 두말않고 승낙했다”면서 “그동안 기록을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전하다 보니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노트 4권으로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국가공작원으로 가장 자부심을 갖는 공작과 관련 “공작은 철저히 목표를 정해놓고 가는 과정이다. 언론에 알려진 것은 공작을 통해 추구했던 곁가지일 뿐”이라며 “중요한 공작 내용은 최소한 국가를 위해 언급을 안하고 있다. 공개할 만한 것들 중에 가장 보람된 것을 꼽자면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남과 북의 불순한 세력이 개입되지 않고 순수하게 국민들의 힘으로 대통령을 뽑게 한 것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관계 돌파구를 찾는데 일조했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 박채서 “북핵 문제와 천안함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
다만 박씨는 수많은 공작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 두 가지를 꼭집어 말했다. 그는 “故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 공작원으로 활동하며 북한의 핵개발 과정을 몇 차례나 보고했지만 국정원에서 훼방을 놔서 대통령에게 보고가 들어가지 않았다. 요즘 북핵문제를 볼 때마다 그때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면서 “또 이명박 정권 때 천안함 사태를 막지 못한 것도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끝으로 박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공작기록은 금고속에 있어야 하지만 수뇌부의 나쁜 의도로 공개가 돼서 형을 살았다. 공작은 비합법적인 것인데 그 공작을 자국의 법정에 세워서 공식 인정한 것이 우리나라다. 난 그래서 조국에서 인정한 간첩이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왜 나를 무리수를 두면서 간첩으로 만들었는지 꼭 밝힐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다시는 저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실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그동안 비밀에 쌓여있던 흑금성 존재를 상세하게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놀랍고 충격적”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탤런트 김형일 씨는 “오늘 북콘서트에 참석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책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아졌고, 평소 알고있단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에 가슴이 와닿는다. 첩보활동이 실제도 이뤄지는 것에 대해 생생하게 듣게 돼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한태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위장도 북콘서트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흑금성 존재를 신문, 인터넷을 통해 알게됐으나 상세하게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특히 비밀정보 공작원이 백주 대낮에 일반국민을 통해 알려지게 된 것이 한국사회의 모순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평소 김당 기자의 팬이라는 이성완씨는 “평소에 국정원에 관심이 많아 김당 기자의 기사를 많이 찾아 봤다. 김당 기자의 페이스북을 보고 오늘 행사를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면서 “김당 기자와 함께 오늘 실제로 흑금성 박채서 씨를 보고 직접 그의 공작 활동 얘기를 듣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많은 화제와 이야깃 거리를 남긴 가운데, 흑금성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는 ‘이중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파일’이란 부제를 단 〈공작〉과 ‘무간도에 갇힌 이중스파이’라는 부제를 단 〈공작2〉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사진=권라영 기자]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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