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 '근로자'"…운명 갈린 KBS 드라마 스태프

김혜란 / 2019-07-17 18:37:51
고용부, 다단계 하도급·장시간 노동 문제에 근로감독 실시
KBS 4개 드라마 스태프 184명 중 137명 근로자로 인정돼
장시간 노동시간 여전…주당 연장근로 최대 33시간인 곳도

고용노동부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장시간 노동으로 문제가 된 드라마 제작현장을 근로 감독한 결과, KBS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 75%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방송 스태프들을 '프리랜서'로 분류하는 업계 관행 탓에 일부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KBS에서 방영 중인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스태프 184명 중 137명(75%)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됐다고 17일 밝혔다. 드라마는 각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제작사 지앤지 프로덕션) △국민 여러분(몬스터 유니온) △닥터 프리즈너(지담) △왼손잡이 아내(팬 엔터테인먼트) 등 4개로 지난 2월27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근로감독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이번에 근로자로 인정받은 스태프들은 모두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56명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구두계약을 했거나 서면으로 업무위탁(프리랜서)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고용부는 "팀장급 스태프와 팀원이 체결하는 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업무위탁계약이지만, 팀장급 스태프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4개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 다수를 근로자로 인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방송사는 대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드라마를 외주 제작해왔다. 방송사는 외주 제작사와 제작·납품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 다음 외주 제작사는 연출팀, 제작팀, 촬영팀과 도급계약을 맺어 진행한다. 이때 각 팀장이 소속 스태프와 업무위탁계약을 다시 체결한다. 


다단계 구조로 이뤄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팀장으로부터 지휘ㆍ감독을 받는 근로자 성격을 지닌 스태프들이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한 채 장기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하기 쉬웠다.


▲ 고용노동부 제공


이번 근로감독 결과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 위반 등 근로조건 문제도 적발됐다. 4개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외주 제작사, 도급업체 등 21개 사업장 중 8곳이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위반했다. 주당 진행된 연장근로시간은 최대 33시간에 달했다. 


1주일 평균 연장근로시간은 14.1시간으로 지난해 3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평균 연장근로시간 28.5시간)보다는 감소했다. 하지만 이 역시 주 최대 연장근로시간(12시간)을 넘어선 수치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에 고용부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으로 작년보다 근무 일수나 연장근로시간이 감소했으나 여전히 모든 현장에서 연장근로 위반이 존재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의 1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12.2시간, 평균 근무일수는 3.5일이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준 곳도 3개소로 스태프 3명이 총 220여만 원을 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고용부 편도인 근로감독기획과장은 이날 "다단계 하도급 구조팀별 도급계약 방식에서 외주제작사가 스태프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로 변하는 추세"라며 "정기적인 근로감독으로 노동조건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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