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원로시인 김준태 "전두환 용서하면 역사 후퇴"
5·18 광주민주화운동 39년 만에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하기는커녕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자 재판을 지켜본 광주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11일 광주지방법원 법정에서 열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관련 재판에서 전 씨 측은 "1980년 5월 21일 헬기 기총소사가 없었으며, 자서전 집필 과정에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이날 광주지법에 도착하면서 취재진으로부터 기총소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거 왜 이래?"라고 화를 내는가 하면, 재판 도중에는 눈을 감고 가끔씩 꾸벅꾸벅 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방청객들은 "전 씨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학살 주범 전두환은 무릎 꿇고 사죄하라" 등 분노에 찬 말들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특히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강변하는 전 씨의 모습을 지켜보며 "또다시 광주를 욕보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노의 물결에는 초등학생들까지 동참했다. 광주지법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날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한편, 지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옥의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의 참상을 시로 고발했던 김준태 시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학살주범 전두환을 용서하면 역사는 후퇴한다"며 그에 대한 단죄를 촉구했다.

김 시인은 "분노하는 사람만이 그의 시대와 사람들을 사랑할 수가 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분노한다는 사실이다"라고 적었다.
김 시인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소재로 광주를 예수와 불사조라고 노래한 시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썼다. 이 시는 1980년 6월 2일 자 전남매일신문 1면에 실렸으며, 외신으로 번역돼 5·18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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