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오푸스(opus·작품)의 복수형인 오페라는 우리나라에서 가극(歌劇)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오페라는 뮤지컬과 구별된다. 오페라는 16세기 말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음악극의 흐름을 따른다. 대체로 작품 전체가 작곡돼 모든 대사는 노래로 표현된다. 오페라는 근래 들어 뉴욕을 중심으로 한 상업적 시장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대체로 서유럽을 중심으로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 우리나라는 마니아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도 유럽전통 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스타급 성악가가 배출되고 있다. 최근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니벨룽의 반지'에 주연급으로 더블 캐스팅된 신성 베이스 김일훈을 본지가 전격 만났다.
-성악가가 된 배경
"어머니의 추천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어릴적 피아노와 첼로를 배우다 덕원예고에 입학하며 성악을 시작했다. 테너로 시작했는데 고음에 어려움이 있었다. 21살까지는 발성 자체에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이켜 보니 성악은 단순한 연습량만으로 기량을 결정되지 않았다. 사실 스물일곱까지는 잘하지 못했다. 운이랄까 좋은 은사를 만나 소리의 길을 알게 됐고 성부도 지금의 베이스로 바꿨다."
-키가 굉장히 크다
"190cm은 되지 않는다. 고음역을 노래하는 테너는 보통 키가 작다. 베이스는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성악가가 크다. 사람의 몸도 악기와 같아 큰사람은 저음역에 유리하다."
-대중음악에서의 소리와 성악은 무엇이 다른가
"소리는 밝고 어두운 면이 있다. 통상적으로 가요 발성은 밝은 음에만 주안점을 두지만, 성악은 두 소리 모두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성악의 경우 3000석에 달하는 대중 앞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해야 한다. 전달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발음과 공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야 한다. 나의 성부는 베이스다. 보통 베이스는 어두운 톤이 일반적이다. 오페라계에서 베이스 성악가는 마흔살이 넘어야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여든이 넘어서도 무대에 서는 세계 유수의 베이스 성악가들이 있다. 어쩌면 나는 이제 시작이다."
-성악가로서 변곡점이 있다면
"스물한 살이 돼서야 목에 근육이 형성돼 조금씩 소리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스물여섯에는 운 좋게 이탈리아 유학파인 은사를 만나 소리에 대한 정립을 할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이던 스물일곱에는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에 승려3으로 캐스팅돼 처음 오페라 무대에 섰다. 이후 국립오페라단과 다섯 작품의 인연을 이어갔다. 유학파도 아니었지만 <노르마>, <람메르무어 루치아>, <로미오와 줄리엣>, <나비부인>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조연에 캐스팅됐다. 오페라에서 베이스는 대부분 조연이지만 나는 이례적으로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처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섰던 떨림과 부담감은 지금도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 더 나은 소리를 위한 여정의 소중한 봇짐이다."
-콩쿠르 입상경험이 많다
"2010~2012년까지 독일 쾰른 국립음악대학에서 수학했다. 2014년 오스트리아 <탈리아비니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청중상·비평가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중앙음악콩쿠르, 동아음악콩쿠르, KBS한전콩쿠르 등에서 입상했고 이대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존경하는 성악가를 꼽는다면
"많은 성악가가 있지만 나는 연광철님을 존경한다. 나와 같은 베이스라는 동질감도 있고 포근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어 배울 점과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지난 2015년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에서 연광철님과 더블캐스팅되는 영광을 누렸다. 바그너는 베이스가 주인공인 오페라를 많이 만들었다. 부족했던 점을 상기하고 더 나은 소리를 위해 당시 무대를 돌아보곤 한다."
-이달에 니벨룽의 반지가 예술의전당에 오르는데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니벨룽의 반지 중 1번 라인의 황금'이 무대에 올려진다. 천재 연출가로 유명한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을 맡아 벌써 국내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 주연인 '파졸트' 역에 전승현 교수님과 파격적으로 더블캐스팅 됐다. 80여 명의 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 벌써 긴장된다.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는 상상을 한다. 영혼까지라도 무대에 토해야 한다."
-대중음악에 대한 의견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예술 활동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악을 비롯해 모든 예술 활동은 소통과 교감을 위한 일련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명 오페라 성악가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바리톤 고성현님의 경우가 좋은 예다. 더 대중적인 음악과의 소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회가 온다면 충분히 받아들이고 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클래식이 대중음악을 이해하고 함께 나갈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 클래식계에서 잡아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오페라는 서유럽 특히 독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유럽의 어지간한 도시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그만큼 시장도 크고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언젠가 미국시장에 나를 소개하고 싶다. 최근 세계 유명 극장주가 참석하는 <2018 나얍코리아 오디션>에 참가해 <뉴욕시티오페라>, <팜비치오페라> 등 7개 오페라단의 계약 고려대상자로 선정됐다. 언젠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극장 무대에 서는 나를 상상한다. 현실로 다 갈 올 미래를 위해 노래 한 곡을 수천 번씩 부르며 매일 나를 담금질하고 있다."
KPI뉴스 / 임종호 기자 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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