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태양건설 사기 혐의 사건에 얽힌 HUG…짬짜미 의혹으로 확산

박동욱 기자 / 2026-01-05 09:30:46
부산경찰청, 공사 선급금 82억 빼돌린 혐의로 경영진 검찰 송치
HUG 부울지사, 자금 인출 승인 과정서 묵인·방조 혐의 드러나

경남 사천지역 주택재개발사업의 시공사 경영진이 공사 선급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사기)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조합자금 관리와 보증업무를 전담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시공사의 짬짜미 의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2025년 12월 12일자 '부산 중견건설업체 명예회장·대표 사기 혐의 검찰 송치')

 

특히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HUG 부산울산지사가 자금 지출 승인에 필요한 조합의 이사회 결의서(동의서)마저 사전에 받지 않고서 'PM(project management·건설사업관리) 용역비'라는 지출 항목으로 82억5000만 원을 내준 것으로 드러나, 법적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 신태양건설이 HUG로부터 자금 인출을 승인받기 위해 자회사(신서건업)와 함께 작성해 주택재개발 조합에 제출한 확인서. 여기에는 '선급금 수령이 HUG 규정에 따라 지급 불가함으로 이의 수령을 목적으로 당사(신태양건설) 책임으로 PM용역계약서가 작성됨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아래 사항에 대하여 당사의 책임임을 아울러 확인한다'고 명기돼 있다.

 

5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 신태양건설은 2023년 11월 사천시 정동2지구 주택조합과 아파트 신축을 위한 계약(공사비 1526억 원)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장은 2017년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11개 동 총 745세대 규모로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으나, 두 번의 시공사 변경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의 발단은 당시 자금난에 허덕이던 신태양건설이 자회사를 앞세워 'PM용역비' 명목으로 위장해 82억5000만 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 선급금'인 것처럼 꾸민 데서 비롯된다.(위 사진) 이러한 정황은 취재진이 확보한 여러 문서와 녹취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신태양건설은 조합 측과 시공 계약을 맺은 지 4개월 뒤에 2024년 3월 23일자로 용역회사와 함께 '확인서'를 작성해 조합 측에 제출했는데, 이 문건에는 'HUG 규정에 따라 (공사 선급금) 지급 불가함으로, 수령을 목적으로 당사(신태양건설) 책임으로 용역계약서가 작성됨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사항에 대해 당사의 책임임을 아울러 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로부터 엿새 뒤인 3월 29일(금요일), 신태양건설은 HUG 승인을 받아 82억5000만 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날은 신태양건설이 주거래은행에 돌아온 20억 대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나돌던 시점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그날(3월 29일) 낮 HUG부산울산지사에 신태양건설 경영진과 당시 조합 임원들이 함께 모여 자금 지출 명목을 놓고 상호 대립하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점이다. 여러 진술자의 증언에 따르면 신태양건설 경영진이 '공사 선급금' 명목으로 지출 승인을 요청한 반면 HUG 측은 입주금관리협약(공사비는 공정률에 따라 인출)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이 와중에 조합장이 '중도금 대출 기표 중단' 소식에 흥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결국 지출 항목은 'PM 용역비'로 결정됐고, 82억5000만 원은 이날 신탁회사를 통해 신태양건설에 입금됐다.

 

신태양건설, 'PM비' 위장해 인출받은 뒤 다른 용도로 사용 혐의

HUG, 조합 이사회 개최 이전에 자금 인출 승인…"상식 밖의 일"

 

▲ 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HUG 측은 이날 지출을 승인하면서, 'PM 용역비' 실체를 확인했을까. 지출 승인 대비용으로 신태양건설과 확인서를 주고받은 자회사(신서건업)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검색 결과 2021년 이후 거래 실적이 아예 확인되지 않는 업체다.

 

더욱이 자금 지출에 필수인 조합의 결의서마저 첨부되지 않은 채 HUG의 지출 승인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날 신태양건설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다. 조합의 이사회는 당일(금요일) 저녁에야 개최됐는데, 이사회 기록에는 지출 명목으로 '공사 선급금'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당시 조합장은 신태양건설의 확인서('PM 용역비'는 사실상 '공사 선급금')로써 이사들을 설득했다고 증언)

 

HUG는 자금 인출 명목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논란이 일자, 2024년 7월 19일에 신태양건설에 'PM 용역비가 공사 선급금으로 판단된다'는 공문을 발송, 입주금관리계좌로 환입할 것을 요청했다. 지출 승인 당일(같은 해 3월 29일), HUG 지사에서 지출 항목을 놓고 머리를 맞댄 장면은 아예 없었던 일로 채색된 셈이다. (이후 신태양건설은 그해 두세 차례 부도 위기설이 나돌다가 결국 같은 해 11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듬해 1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시공사의 부도에 따른 파급 효과로, 해당 조합원 상당수는 2025년 초부터 개별적으로 HUG로부터 중도금 이자 자납 독촉을 고지받는 등 이중삼중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조합의 정조합원은 455명에 달한다.

 

HUG는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서면 질의에 대해 "조합 측의 주장에 근거, 해당 자금의 환입을 요청한 것"이라며 "조합 및 시공사가 PM용역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관리협약에 따라 인출 처리했으며, (공사 선급금 명목) 이사회 회의록은 자금 인출 이후에 공사에 접수됐다"고 해명했다.

 

HUG는 부산울산지사 관계자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 정황에 대해서는 "협약에 따른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인출한 것이므로 해당 자금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서 "2025년 4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청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해당 건에 대한 별도 조치 사항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신태양건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HUG 측이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하는 바람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2024년 연말) 경찰에 신태양건설 경영진에 대한 고소장을 낼 당시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검경이나 상부기관의 조사가 진행돼 전말이 파헤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동욱 기자

박동욱 / 전국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