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PM 계산서는 제출용"…신태양건설 '용역계약서' 날조 녹취 입수

박동욱 기자 / 2026-01-14 17:50:16
자금인출승인 떨어진 2024년 3월29일 긴박했던 상황, 녹취 담겨
당일 '용역계약서' 전달한 건설사 과장조차 '업체 실체' 몰라 당황

"이번에 신서건업(용역계약 허위계약 당사자) 앞으로 발행하는 PM(용역계약비) 세금계산서는 HUG(허그)용으로만 사용하고, 선급금으로 재발행해야 합니다."(지역주택조합 조합장) "당연하죠, 나중 (신태양건설) 공사 선급금으로 재발행할게요."(신태양건설 김모 이사)

 

부산 중견 건설사 신태양건설이 지역주택조합 공사 선급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PM용역계약서'를 날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긴박하게 자금 인출 승인 절차를 밟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녹취와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2025년 12월 12일자 '부산 중견건설업체 명예회장·대표 사기 혐의 검찰 송치' 등​)


해당 사기 혐의 사건에 대한 경찰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 등 관련 소식을 단독 보도해 온 KPI뉴스는 독자들이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그간 입수한 녹취를 중심으로, 신태양건설과 HUG-조합 사이에 꾸며진 은밀한 내막을 소상하게 공개한다.

 

▲ 왼쪽은 HUG 긴급 회동 전날(2024년 3월 28일), 신태양건설이 조합에 카톡으로 보낸 공사 선급금 지급 공문 이미지. 오른쪽은 다음 날(3월 29일) 조합장과 신태양건설 전무이사의 통화 주요 내용 [일러스트=김윤주 기자]

 

신태양건설 '80억대 선급금 편취' 혐의 사건의 초점은 경남 사천정동2지역주택조합사업과 시공 계약(2023년 11월)을 맺은 지 4개월여 뒤인 2024년 3월 29일에 모아진다. 이날 낮 HUG부산울산지사 지사장실에서는 신태양건설 경영진과 조합 임원들이 긴급 자금을 자산신탁으로부터 받아내는 방법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당시 심각한 자금난에 몰려있던 신태양건설은 '공사 선급금' 명목으로 자금을 받아내려다, '선급금은 공정률에 따라 인출돼야 한다'는 HUG 측 반대에 부딪혔다. 이 상황에서 자금 인출 명목이 느닷없이 'PM'(project management·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비로 바뀐다. (신태양건설은 전날(28일) 조합에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였다.) 

이후 'PM비' 명목으로 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용역계약서'를 날조하고, 계약서는 HUG 제출용도로만 사용한다는 '확인서'를 꾸미는 속도전에 들어간다. HUG가 시공사에 자금 인출을 승인하고 이를 자산신탁에 통지할 때는 관련 계약서와 세금계산서, 조합 이사회(총회) 결의서 등을 필요로 한다.

 

HUG 긴급 회동 당일 PM용역계약서 첫 등장…당일치기 급조

조합-신태양건설 양측 실무자, 용역업체 실체 서로 묻는 해프닝

 

▲ 왼쪽은 HUG 긴급 회동 당일(2024년 3월 29일) 오후 신태양건설이 조합에 보낸 PM용역계약서. 오른쪽은 계약서를 처음 받아본 조합 이사가 계약 당사자를 따져묻고 있는 통화 내용 [일러스트=김윤주 기자]

 

이날 오후 2시 18분께 신태양건설의 주무 과장은 조합 관계자에 'PM용역계약서'(계약당사자 신서건업-조합)를 카톡과 이메일을 통해 전달한다. 계약서 전달 사실을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합 이사는 생소한 계약 당사자 업체 이름에 크게 놀라면서 경위를 묻고, 신태양건설 주무 과장은 "(용역회사가 신태양건설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고 실토한다.

오후 3시께는 해당 세금계산서가 'HUG 제출용'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통화가 다시 이뤄진다. 당시 조합장은 "이번 자금은 사실상 선급금"이라며 추후 '공사 선급금' 명목 세금계산서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신태양건설 이사는 "당연하죠, 나중 선급금으로 다시 발급할게요"라고 답변했다.

'PM비 명목으로 지출되지만 사실은 공사 선급금'이라는 확인서를 신태양건설로부터 받아낸 조합은 저녁 7시 이사회를 비상 소집했다. (조합 변호사 자문을 통해 작성된 확인서에는 신태양건설 명예회장의 연대 보증과 함께 인감증명서까지 첨부됐다.)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도중, 신태양건설로부터 용역계약서 등 증빙서류 제출을 독촉하는 전화가 조합 이사 휴대폰으로 연이어 걸려온다. 신태양건설 임원은 "HUG 지사장님이 지금 퇴근을 못하고 계신다" "(밤) 8시면 HUG 컴퓨터가 끄진다. (그러면) 아무 것도 안된다"고 다그쳤다.

 

신태양건설, PM 75억 최종 부도 막는데 사용…검찰 송치

"PM용역계약 작성 강압" 고소에…경찰, '조합 무혐의' 결정 


▲ HUG의 자금 인출 승인 방침을 확인한 신태양건설이 당일 밤 비상 조합 이사회를 개최하고 있는 도중에 PM용역계약서 날인본을 빨리 넘겨줄 것을 조합에 독촉하고 있는 통화 내용 [일러스트=김윤주 기자]

 

긴박했던 '금요일'은 이렇게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4월 1일) 자산신탁은 'PM비' 명목으로 75억 원(부가세 별도)을 신태양건설의 자회사 신서건업에 입금한다. 금요일 주거래은행에 돌아온 어음을 처리하지 못한 신태양건설은 이처럼 받아낸 PM비 일부를 월요일 오전 최종 부도를 막는데 사용한 것으로 사후에 파악됐다. 

 

그후 신태양건설이 약속했던 '(공사 선급금 명목) 세금계산서 재발급'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당시 조합 집행부는 이에 따른 책임론에다 신태양건설의 기업회생 신청(2024년 11월) 등으로 2025년 2월께 총회에서 물러난다.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 사실이 KPI뉴스를 통해 알려진 이후 신태양건설은 최근 일부 언론에 제공한 보도자료를 통해 "'선급금 확인서'가 조합 측의 강압에 의해 작성됐다"며 "관련자들이 '강요죄' 혐의로 이미 검찰에 송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사천경찰서가 지난해 12월 17일자로 검찰에 송치한 사안은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처리 절차(형사소송법 247조의7)로 판명됐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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