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은 총재는?…'유력 후보' 유상대·하준경·고승범 꼽혀

안재성 기자 / 2026-03-17 17:10:19
유상대 부총재, 국제통·외환전문가…내부 신망 두터워
'이재명 경제책사' 하준경 수석, 정부와 정책공조 강점
고승범 전 위원장, 금통위원도 역임해 정책 이해도 높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임기 만료(4월 20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총재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총재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통상 총재 임기 만료 한 달 전에는 지명이 이뤄져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으므로 조만간 이재명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후보자로 한은 내부에서는 유상대 부총재가, 외부에서는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과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꼽힌다.

 

▲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왼쪽부터 유상대 한은 부총재,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유 부총재는 국제국장, 뉴욕사무소장, 국제협력국장 등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해외 인맥을 쌓았다. 한은 내 대표적인 국제통이자 외환전문가로 이야기된다. 또 현 금융통화위원이기도 해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두터운 내부 신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 부총재는 인품과 능력 모두 내부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외부 출신 총재는 내부 조직문화·분위기 파악에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데 내부 출신은 그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한은 총재 자격요건으로 국제기구 관련 인맥도 이야기되는데 유 부총재는 위기 상황마다 주요국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끌어낸 바 있다"며 "국제기구 출신보다 오히려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내부 출신 후보로 이승헌 전 부총재와 서영경 전 금통위원도 거론된다. 두 인물 모두 한은에서 금융시장·정책기획·국제금융 업무를 두루 거쳤으며 조직 이해도가 높으나 내부 평가는 유 부총재에 비해선 약한 편이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와 한은의 공조를 끌어낼 적임자로 평가된다. 하 수석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을 경계하면서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한은에 재직한 경험이 있으며 이후 한국금융연구원과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지난해 6월 경제성장수석에 임명됐다. 통상 외부 출신이 신임 총재로 오면 한은의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하 수석은 과거 교수 시절부터 일관되게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을 거친 금융 관료다. 과거 5년 여간 금융통화위원직도 수행해 금융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이해도가 높은, 드문 인재로 여겨진다. 약점이라면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합성어) 출신이란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재무부가 통화정책 금융통화위원회를 좌지우지했던 역사 때문에 한은 내부에서 모피아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깊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등의 이름도 나온다. 신 국장은 이 총재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인물이란 점이 강점이다.

 

일각에선 이 총재 연임설도 제기되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과거 한은 총재가 연임한 적은 2·3대 김유택(1951~1956년), 11·12대 김성환(1970~1978년), 25·26대 이주열(2014년~2022년) 등 세 차례뿐이다. 이주열 전 총재는 44년 만의 연임일 만큼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내부에 부정적 평이 적잖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부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은 국장들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 요구를 하면서 국장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그런데 이 총재는 전혀 방패막이 역할을 못해줘 내부에서 신망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은 총재에게 정책공조를 부탁하면 총재가 담당 국장들에게 업무를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책실장과 한은 국장이 직통하는 건 한은 총재의 권위가 무너진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부당한 간섭에 저항해 장관들과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까지 마다하지 않은 전직 총재들과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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