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생존수형인 18명 '공소기각'…70년 만에 무죄 인정

강혜영 / 2019-01-17 16:13:58
제주지법, 18명에 70년 만에 사실상 무죄 인정
재판부 "과거 군법회의 정당한 절차 아냐…공소 절차 무효"

70년 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 재판에서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 1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림 재심 사건 재판에서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은 뒤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정기성(97)씨 등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군법회의 재심 청구사건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번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어떤 범죄로 재판을 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당시 제주도에 소개령이 내려진 시기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단기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군법회의에 넘겨 예심조사나 기소장 전달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과거 군법회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힌 수형인들이 무죄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다.

제주 4·3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이 기간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4·3 수형인은 당시 군사재판으로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형무소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말한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형인명부에는 2530명의 명단이 올라 있으며, 상당수가 행방불명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정씨 등 18명은 1948∼1949년 내란죄 등으로 징역 1년~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이들 외에도 10여명의 수형인 생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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