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이 끝나면 면봉을 찾는다. 귓속의 귀지를 파내기 위해서다. 면봉에 묻어나오는 귀지를 보면 귓속이 깨끗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귀지를 파내는 행동이 오히려 우리의 귀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

면봉을 귓속에 넣고 청소를 하는 경우 오히려 귀지가 더 귀의 깊은 곳까지 밀려들어갈 수 있다. 이때 귀지가 귓구멍 벽이나 고막에 들러붙게 되는데, 이로 인해 상처가 날 우려가 있다. 이 과정에서 세균, 곰팡이 등이 귓속에 염증을 만들 수도 있다.
2017년 1월 미국 이비인후과 학회에서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귀지는 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먼지 같은 이물질이 귀에 들어오면 귀지에 달라붙어 더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이 지침에는 귓구멍을 너무 깨끗하게 닦지 말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귀지가 세균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귀지가 없으면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귀지를 청소하지 않으면 귀가 귀지로 막혀버리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들 수도 있지만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귀지는 닦아내거나 파내지 않더라도 말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 턱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
다만 어린이의 경우 약 10%, 성인의 경우 약 5%의 경우에 귀지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귓구멍을 막아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는 직접 파내기보다는 이비인후과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간혹 귀지가 축축하게 젖어 떡이 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을 권한다.
귀를 파는 대신 귀지를 제거하는 대체의학 요법 ‘이어캔들링’을 선택할지 모르지만, 의사들이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다. 이어캔들링은 귀에 양초 한쪽을 꽂은 후 다른 쪽 끝에 불을 붙여 귓속 이물질과 독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방법이며 미국 FDA는 이 캔들이 화상을 입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촛농이 귓구멍을 막을 수 있고, 심지어 고막이 뚫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습관처럼 면봉을 집어 들게 된다면 귓속으로 넣는 대신 귓바퀴를 청소해보는 건 어떨까. 적어도 귓바퀴를 청소하다 고막을 손상시킬 염려는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귓바퀴를 청소하면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리며 각질로 쌓였던 노폐물이 제거되어 지친 하루가 마음속까지 상쾌해질 것이다.
장동임 장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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