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아베노믹스 실패 말해주는 일본 금리인상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8-01 14:52:35
엔저 대응 위해 日정치권 금리인상 압박
日銀, 정책금리 금융위기후 최고인 0.25%로 인상
시장 "서프라이즈 정책결정"··· 아베노믹스 역설
정치경제 통찰력 갖춘 정치인·정책결정자 아쉬워

주요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했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시점에 유독 금리인상 페달을 밟고 있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은행은 7월 마지막 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7대 2 다수결로 정책금리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0.25%로 인상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향후 추가 금리인상 여지를 남겨두었다.

 

▲ 일본 엔화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는 일본 정부와 여당 고위 인사들이 연달아 금리인상을 압박했다. 독립성을 지닌 중앙은행에 대한 이례적 요구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월 19일 통화정책 정상화가 디플레이션에서 성장형 경제로의 이행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7월 22일 과도한 엔저는 일본경제에 마이너스가 분명하며 단계적 금리인상 검토를 포함하여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명확하게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 디지털장관은 7월 17일 엔화의 가치를 높이고 에너지, 식료품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라고 일본은행에 요구했다. 금리를 올려 엔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치권 압박이 7월 정책결정 직전에 집중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리인상은 시장이 주로 예상한 시점인 10월보다 앞당겨 이루어졌다. 최근 블룸버그의 시장참가자 서베이에 따르면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이유로는 10월이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인 데다 2분기 GDP 속보치 발표 이후여서 개인 소비를 포함한 실물 경기의 개선 정도, 춘투 임금협상 결과의 전체 기업 파급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들었다.

 

금번 일본 정치권의 금리인상 압박, 그리고 이어서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페달은 문득 역사의 파노라마를 뒤로 돌려 아베노믹스(Abenomics)를 떠올리게 하며 동시에 역사의 역설을 말해주는 듯하다. 일본 전 총리 아베 신조가 2012년 취임 후 추진한 경제정책이 아베노믹스다. 아베노믹스는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을 주요 정책 축으로 한다. 당시에 혹자는 아베노믹스가 표방한 세 개의 화살에 대해 평가하기를 아베(ABE)의 이름을 따서 각각 A학점, B학점, E학점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첫 번째 화살은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질적 완화로 대표되는 통화정책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아베노믹스가 첫 번째로 쏜 화살을 정반대 방향으로 되돌리겠다는 압박이 바로 정치권의 이번 금리인상 요구다. 역설적으로 첫 번째 화살이 A학점이 아니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형국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엔저 효과에 안주함에 따라 혁신을 위한 유인이 저하되고 성장 동력을 잃은 채 장기간 침체한 일본경제의 자화상에 대한 자체 반성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잃어버린 30년, 그리고 일본 정부 스스로 아직 탈출했다고 확신하지 못한 상태인 디플레이션의 연장선상에서 일본경제를 조명하게 되는 계기가 금번 금리인상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이 버블 붕괴 이전인 1980년대 수준에 다가서는 상승세를 보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변화하는 전향적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평가하면서도 명목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하회하여 실질 임금이 마이너스가 지속되는 점 등을 들어 디플레이션 탈출 여부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도 디플레이션 탈출의 길은 여전히 중도에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시장참가자들이 7월보다는 10월 금리인상을 전망한 배경의 하나다. 한편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선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미·일 간 금리 차이는 기조적으로 엔화의 강세 반전을 제약하는 요소가 된다. 일본 금리정책의 딜레마를 구성하는 현실적 여건들이다.

 

이는 상당 부분 기시다 총리가 물려받은 아베노믹스, 즉 전임 행정부의 유산(legacy)에도 기인할 터이다. 엔저 효과에 취해 있는 동안 가장 중요한 세 번째 화살, 즉 구조 개혁은 충분히 진행되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은행에 금리인상을 촉구하면서도 행정부의 관련 정책에 대한 평가나 언급은 없었다. 엔화가 강세가 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의 금리정책이 그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 3월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는 통화정책의 전환 이후에도 엔저 현상은 오히려 심화된 점에서도 이를 추론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에게 정치인이자 행정가로서의 정치경제적 안목이 2% 부족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참가자들이 일본은행의 7월 금리인상을 '서프라이즈'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정치권의 금번 금리인상 압박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는 않은 채 정부와 평소에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경제 및 물가 정세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금리인상에 반대의견을 낸 두 명의 정책위원들은 추후 법인기업 통계 등을 확인하고 판단할 필요성, 임금 상승 확산에 의한 경제상황 개선을 데이터 기반으로 확인할 필요성 등을 반대 논거로 각각 제시했다.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와 마찬가지로 7월 마지막 날 열린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하며 향후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인플레이션 목표로의 진전을 저해하고 너무 오래 기다리면 회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토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함에 있어 11월 대선 등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바 있다.

 

7월말 미·일 통화정책 결정이 보여준 일련의 과정에서 '통화정책은 정치적 과정이다(Monetary policy is a political process)'라고 정치경제학을 강의하며 필자에게 말했던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의 '복합적 함의'를 새삼 떠올려 보게 된다. 정치경제를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력을 지닌 정치인과 정책결정자가 일본에도, 미국에도, 한국에도 늘 아쉽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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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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