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 입법 권력에 자부심 줄고 행정 적극주의에 제동
보수 체계 혁신, 융복합 교육훈련 확충···인센티브 긴요
정부 인재 이탈이 심상치 않다. 금융 전문 행정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올해 1~8월 퇴직자는 최근 10년래 가장 많은 23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 전체 인원 325명의 7%에 해당한다. 5~6년 전 퇴직자의 3배가 넘는다. 금융위와 함께 금융규제감독권을 쥔 금융감독원의 올해 상반기 퇴직자는 29명. 14년래 최다 규모다. 산업통상 전문 행정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23년 중 32명. 올해 들어 9명이 민간기업으로 옮겼다. 이와 같은 퇴직 러시 행렬은 다른 행정기관들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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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
안정성과 전문성 등 여러 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전문 행정기관들로부터 인재가 급격히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보수다. 단면적으로 비교하긴 쉽지 않으나 올해 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하면 5급 사무관 3호봉 월급은 294만800원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기준 직장인 세전 월평균 임금이 353만원, 대기업 직장인은 591만원이다. 인사혁신처가 전체 공직자 122만17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이직 사유로 낮은 보수를 지적한 응답자가 51.2%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사행정학회가 공직자 68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보수가 업무 성과에 비추어 적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54.7%였다.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공직자가 공직에 머물도록 하는 유인의 하나는 사명감과 보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특히 행정부 주도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며 고도성장을 구가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지난 40여년은 행정부가 재량권과 전문성을 폭넓게 발휘한 행정부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입법 권력이 점차 커지며 느껴지는 행정권의 상대적 위축은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을 예전만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예컨대 금융투자소득세와 같은 중요 금융조세정책의 향방이 전문 행정기관의 정책 타당성 분석에 기초하기보다는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로 좌우되는 상황이라면 정책을 맡은 공직자로서 자괴감마저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과도한 입법 권력이 과거 영광의 시기를 누렸던 행정부에 사기 저하와 패배 의식을 야기할 수 있는 한국적 현실을 말해준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의 위상은 사법부와 입법부의 위상과 연계하여 바라보는 것이 합당하다. 지난 40여년 동안 행정 적극주의가 풍미했을 때 사법 판단의 자제가 있었고 입법은 입법자의 의지보다는 후일 그 일을 수행하는 공인, 즉 행정부의 의지를 중시했다. 이른바 법현실주의(legal realism)의 시대사상이 지배했다.
헤겔의 변증법이 말하는 정·반·합 역사발전 과정은 행정부의 위상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올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념비적인 '로퍼 브라이트(Loper Bright Enterprises v. Raimondo)' 판례를 통해 지난 40년간 행정부의 법률 해석과 룰 제정 권한을 존중한 '쉐브론(Chevron)' 판례를 파기했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행정권에 무조건적 존중을 부여하지는 않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결정이다. 행정부가 지난 40년간 누려오던 행정 적극주의에 제동을 걸며 행정권 행사에 균형 있는 규율과 법의 지배를 요구하는 흐름을 읽게 된다. 행정, 사법, 입법이 국민의 삶을 위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법철학적 성찰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행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행정부의 위상에 관한 대전환 흐름을 직시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행정부의 역량을 제고하는 데 있다고 본다. 행정부의 인재 이탈에 대한 해법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행정부는 3부(府) 중에서도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하는 핵심 플레이어에 해당한다. 따라서 행정부의 높은 역량은 입법부, 사법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의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직면하는 수많은 도전 과제를 주도적으로 다뤄야 하는 주체는 여전히 행정부다.
이러한 행정부가 지닌 최고의 자산은 무엇인가. 광범위한 풀의 인적자원이라 할 수 있다. 행정부의 역량은 곧 인적자원의 역량인 것이다. 과도한 입법 권력과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행정부의 역량은 행정부가 지닌 인적자원의 역량에 비례해서 발휘된다. 그 역량을 함양하고 제고하는 인센티브가 긴요하다.
인센티브의 방향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 민간으로 진출하여 민간부문 발전에 기여해온 인재가 다시 공직으로 회귀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정도로 보수 체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보수 체계의 혁신이 가져오는 공익 증대가 투입 비용을 상회하게 하는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인사행정 프레임워크와 인센티브가 새로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전의 낡은 제도는 대전환기에 요구되는 행정부의 책무를 달성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아울러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적자원 역량 제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행정부에서 쌓은 현장 실무에 학제적(interdisciplinary) 통찰력을 포괄하는 융복합 교육훈련 기회를 확충하는 인센티브가 요청된다. 과도한 입법 권력을 능가하는 행정부의 강력한 인적자원 역량이야말로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근본적으로 드높이는 원동력을 창출하는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인센티브를 만드는 데에는 행정부를 이끄는 장차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급증하고 있는 행정부 인재 이탈과 이어지는 행정부 위기 우려를 막기 위해서는 장차관들이 문제해결 역량과 의지를 갖추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힘들여 양성한 인적자원의 대거 이탈은 인적자원이 최고 자산인 행정부의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는 장차관들의 역량부터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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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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