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플레이어'이자 '좋은 플레이어' 사모펀드 역할 긴요
거시금융안정 규제·경영 철학으로 포용적 금융 주체 돼야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 11일 국정감사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 중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공개매수(tender offer)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공개매수는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수대상 회사의 주주들에게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의사와 조건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이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기업들을 인수해 강제적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단기 투기자본의 표본이라며 기업을 파괴하는 약탈적인 행태를 중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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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K파트너스 회사 로고 [MBK파트너스 제공] |
사모펀드는 M&A 시장에서 금융거래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라 할 수 있고 그야말로 자본시장의 첨병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데 왜 인수대상 회사 노조로부터 '착취적 금융'(exploitative finance)으로 비난받고 있는 것일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국감 증인으로도 채택된 상태다. 노조가 규탄집회를 열고 국회가 국감 증인으로 부를 정도이니 사모펀드가 '핵심 플레이어'임은 분명한데 '좋은 플레이어'인지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사모펀드는 제도와 운영 면에서 공모펀드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사모펀드에는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소수의 전문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자하는 반면 공모펀드에는 대중을 포함한 일반투자자들(retail customers)이 자금을 투자한다. 이를 반영하듯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도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사모펀드보다 강하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사모펀드 경영자가 누리는 경영판단 자율성이 당연히 클 것이다. 사모펀드가 재빠른 의사결정으로 M&A 시장에서 금융거래를 주도하는 플레이어 역할을 많이 해온 이유일 테다.
최근 미국 금융규제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8월 SEC는 사모펀드 규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룰을 제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특정 투자자가 우대환매조건을 제공받거나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보유 및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경영자에 대한 조사 관련 또는 규제 및 준법 수수료와 비용을 사모펀드에 청구하는 것을 금지했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성과, 경영자 보수, 수수료와 비용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는 분기별 보고서와 사모펀드에 대한 외부감사 등을 요구했다.
올해 6월 미국 제5연방항소법원은 SEC의 사모펀드 규제 강화를 위한 이 룰이 SEC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사모펀드 경영자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는 사모펀드 자체(fund itself)에 있고 투자자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것은 사모펀드의 성과라고 보았다. 사모펀드 투자자로의 신인의무 확대를 기하려는 SEC의 룰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사모펀드 경영자의 경영판단 자율성도 종전과 같이 유지되게 된다. SEC는 7월 중 재심리 요청기한을 넘김으로써 이 판결을 수용했고 미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은 1930년대 이후 최대 보수 우위인 6대 3 구도로 행정기관의 재량권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사법적 판단은 사실상 확정된 국면이다.
한미 양국에서 보는 일련의 사모펀드 관련 상황 전개는 사모펀드의 규제 철학에 관한 포괄적 성찰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사모펀드 규제 철학은 어느 행정기관이나 법원이 단번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일률적 원리(one-size-fits-all doctrine)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성과 제고의 균형 있는 관점에서 지혜를 모으는 논의와 성찰이 요청되는 시점에 와있다고 여겨진다.
사모펀드 경영자와 사모펀드 자체의 관계 및 투자자의 관계 등 미시적 토대(micro-foundation) 위주의 사모펀드 규제 철학이 갖는 한계가 점차 노정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서 주요 M&A 거래 등을 주도하며 사모펀드가 수행하는 플레이어 역할은 거시금융안정(macro-financial stability) 관점에서의 규제 및 경영 철학에 대한 당위성과 긴요성을 키우고 있다.
사모펀드의 느슨한 내부 거버넌스 관리에 그치는 규제 철학의 한계는 '핵심 플레이어'일 수는 있지만 '좋은 플레이어'가 되는 인센티브 제공에는 확신을 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모펀드와 공모펀드 규제의 차이가 그동안 어떤 규제 목표를 지향해 왔는지를 재점검하며 제도의 재설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투자자 보호 내지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 목표에 더하여 사모펀드 규제 변화가 금융거래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 등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역선택(adverse selection) 등의 우려는 없는지, 금융거래와 경영자의 인센티브 등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제도, 정책, 시장의 맥락에서 포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사모펀드를 비판하는 것처럼 착취적 금융 행태로 비쳐지는 이미지가 행여 있다면 환골탈태해야 함이 마땅하다. 사기(fraud), 기만(deception), 조작(manipulation)과 같은 행태는 착취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주류 금융(mainstream finance)과 주류 정치(mainstream politics)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행태다.
착취적 금융의 반대는 포용적 금융(inclusive finance)이다. 사모펀드가 포용적 금융의 주체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사모펀드 규제 및 경영 철학을 새로이 정립해 나가야 한다. 사모펀드가 금융거래의 '핵심 플레이어'이면서도 '좋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규제와 경영 철학을 모색하는 데 입법, 정책, 시장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문제를 다루는 이번 국감이 모쪼록 그러한 논의의 단초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는 포용적 정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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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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