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가는 설경보다 '눈 길'의 역경이 먼저 떠오른 직장인
지구 온난화가 결국 또 원인…폭설 또한 경고장임을 알아야
![]() |
| ▲ 지난 28일 눈이 쌓인 서울 여의도 출퇴근길. 앞 사람이 남기고 간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걸었다. [김윤주 기자] |
▶한 달간 옷차림을 돌아보니 '변화무쌍'하다. 반팔에서 긴팔로 갔다가 이젠 패딩을 입고 있다. 오락가락 날씨에 '계절의 구분'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지독히 길었던 여름을 견딘 뒤 가을을 좀 누릴까 싶었다. 알록달록 세상을 만끽하려 했다. 그런데 마음에 단풍이 들기도 전에 '눈'을 맞았다. '눈'을 의심하며 '눈'을 본다. 11월에 눈이다. 그것도 '폭설'이다.
▶아침에 펼쳐진 하얀 세상에 말문이 막혔다. 첫눈의 '로망'보다 '절망'이 먼저다. '눈길'이 가는 설경에 앞서 '눈 길'의 역경이 우선 떠올랐다. 직장인의 비애다. 그나마 덜 삭막한 점은 동심을 잃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 있다는 것이다. '여섯 살 꼬맹이'는 눈이 왔단 소식에 벌떡 일어났다. 이 녀석에겐 뛰놀고 싶은 '하얀 놀이터'일뿐이다. 남편과 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꼬맹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누구 하나라도 좋아해 다행이다 싶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뚜벅이 출근족'으로서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해야 했다. 망망대해 같은 눈 밭에서 일찍 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이정표' 삼았다. 그럼에도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하수구·맨홀 뚜껑·쇠로 된 턱 등을 피해야 했다. 이틀간 게임 속 '슈퍼마리오'가 된 것처럼 출퇴근 모험기를 찍었다. 내 고생담에 대전에 사는 지인은 '딴 나라' 얘기를 듣는 것처럼 반응했다. 눈이 내렸어도 쌓이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지인은 내게 "매서운 수도권의 맛을 알겠냐"라며 놀려댔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사실 서울에게도 '11월의 폭설'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폭설은 '절리저기압'의 영향이다. '절리저기압'은 대기 상층의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에서 일부 분리되며 형성되는 저기압이다. 북서쪽 찬 공기가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며 눈구름대가 만들어졌다. 결국 찬 바람이 '따뜻한 바다'를 만나 '눈폭탄'이 된 것이다. 또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폭설은 지구가 흘린 '분노의 눈물'이 아닐까. 인간이 자초한 일 같아 씁쓸하다. 더 늦기 전에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빨리 만난 눈꽃도, 빨리 필 벚꽃도 그저 '아름다운 경고장'일 뿐이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