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두 번째 육아휴직

김윤주 기자 / 2026-01-23 11:29:48
아이 학교 입학 앞두고 육아휴직 결심…고민 끝 둘째도 계획
친정 부모님 도움 받던 과거와 달리 오롯이 남편과 둘이 육아
노산이지만 감사하게도 임신…다시 한번 기자 휴업·엄마 개업
▲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게티이미지뱅크]

 

▶ 곧 '학부모'가 된다. 아이는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유치원 시절과는 다른, 엄마의 손이 더 많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남겨두었던 육아휴직을 다시 꺼냈다. 만 9세 이전까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다. 학교 예비소집을 다녀오고 나니 학부모가 된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났다.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학생이라며 어깨에 힘을 주는 아이를 보니 아둥바둥했던 육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시간을 무사히 건너올 수 있었던 건 부모님과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아이는 그렇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훌쩍 자라 있었다.

 

▶ 과제는 또 하나 있었다. 오랫동안 남편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던 '둘째 문제'를 매듭지어야 했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했다. 곧 육아휴직을 내는 시기이기도 했고, 첫째와의 나이 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남편은 언제나 둘째를 원했다. 반면 이전 직장에서의 나는 맡은 역할도, 책임도 너무 많았다. 그 시간 동안 엄마로서의 몫은 자연스럽게 친정 부모님에게 넘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둘째를 생각하는 건 욕심에 가까웠다. 당시의 나에게 둘째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년 전쯤 서울로 이직한 뒤, 남편과 재협상에 돌입했다. 그리고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와 동료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다만 업무 환경과는 별개로, 육아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과거에는 친정 부모님이 한 동네에 계셨지만, 서울에는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가까이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던 '육아 동지' 친구들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조건들이 나를 결심하게 했다. 오로지 남편과 둘이서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 선택의 책임을 오롯이 우리가 지게 됐다.

 

▶ 결심은 섰다. 이제는 임신이 가능한지가 문제였다. 만 29세에 첫 아이를 낳았을 때와는 다른 몸이 됐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시험관 시술이나 인공수정까지도 남편과 논의했다. 그러던 중 보건소 지원 가임력 검사를 앞두고 다행히 임신이 됐다. 임신이 확인된 뒤, 만 35세 이상 노산 산모로 분류돼 구청에서 50만 원의 임신 지원금을 받았다. 늙어서 다행이었다(?). 출산율 저하 탓인지 첫 아이 때와 달리 정부 지원 또한 많이 늘어 있었다. 딸을 갖기 위해 온갖 비방을 다 썼으나 또 '아들'이었다. 남편은 "다 아들이면, 목욕탕·수영장에서 아빠가 다 씻겨서 엄마는 머리를 충분히 말릴 수 있대"라며 위로를 건넸다. 5월 초 출산을 앞두고 초등학생과 갓난 아이를 함께 돌볼 생각에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덕분에 엄마로서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또 한 번 기자는 '휴업'하고 엄마는 '개업'한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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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 편집부 기자

'주마등(走馬燈)' 세상을 살아가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적습니다. ▲ 지역신문컨퍼런스 젊은기자창 부문 대상(2014) ▲ 한국기자협회 에세이 공모전 대상(2020) ▲ 한국기자협회 정론직필 사행시 공모 장려상(2021) ▲ 한국기자협회 기자의 세상보기 시 부문 장려상(2022) ▲ 한국편집기자협회 제250회 이달의 편집상(2022) ▲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우수회원상(2023) ▲ 칼럼 [김윤주의 酒절주절] 2017~2018년 연재 ▲ 칼럼 [충청로2] 2018~2024년 연재 ▲ 칼럼 [김윤주의 주마등]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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