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중년 아닌 애매한 나이…건조한 일상, 감정마저 무덤덤
그럼에도 기대되는 '푸른 뱀의 해' 혼란스런 나라도 정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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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경남 남해군 창선면 당저마을 인근에서 바라본 바다 위로 힘찬 태양이 구름을 헤치고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
▶나이를 빨리 먹길 기대하던 때가 있었다. 멋모르던 꼬맹이 시절엔 빨리 '언니'가 되고 싶었고 철없던 학생 시절엔 빨리 '성인'이 되고 싶었다. 어느덧 언니보다 '엄마'에 가깝고 성인보다 '철인'이 돼야 하는 어른이 됐다. 이젠 그만 나이를 단식(斷食)하고 싶다.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인지 이미 머릿속에선 나이 세는 것을 멈춰버렸다. 스스로 '30대 중반' 이렇게 큰 폭으로 인지할 뿐이다.
▶이런 내게도 내년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뱀띠 인간'인 내가 네 번째로 맞는 '뱀의 해'이기 때문이다. 12년 주기마다 무언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뱀의 해는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왔다. '두 번째' 뱀의 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입시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세 번째' 뱀의 해는 취업을 준비하며 혹독한 사회에 나아갈 준비를 했다. '네 번째' 뱀의 해를 앞둔 지금 인생의 반환점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내년이면 만 36세, 서른보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 청년은 아니지만 '중년'이라 하기에도 어색하다. 어쩌면 애매한 나이만큼 재미없는 인간이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 이젠 '취미'보다 '취침'이 더 중요하고 '흥미'보다 '의미'를 본다. 보고 싶은 영화는 미루다 OTT로 보게 되며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건 결국 '어린이 영화' 뿐이다. 죽고 못 살던 친구들은 '1년에 한 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게 돼버렸다. 사실 만날 수 있는 친구들 숫자도 줄고 있다. 좋아하던 '술자리' 또한 큰맘 먹고 참석하며 다녀오면 한동안은 쉬어야 한다. 건조해진 일상만큼 감정마저 무덤덤해지고 있다. 춤을 추던 '내면의 그래프'는 어느덧 가로 일직선을 그리고 있다.
▶그런 '무심한 인간'임에도 내년에는 기대를 걸어본다. '뱀띠' 버프(게임용어; 캐릭터의 스펙을 향상시켜주는 마법)라도 발휘되길 소망한다. 올해를 돌아보니 참 다사다난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사·이직을 하며 여러 적응의 시기를 보냈다. 나라 또한 별일을 다 겪었다. 요상해지는 국정에 '물음표'를 얹고 살았는데 이젠 '마침표'까지 보게 생겼다. 대통령의 '깜짝 계엄'에 이어 탄핵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혼돈 속 이 나라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정화되길 바란다. 국민을 해롭게 하는 것들은 영원히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 내년엔 부디 쾌청한 나라가 되길.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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