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 민원 피하려 제지 안하기도
"단속보단 시민의식 개선 필요"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음식물 반입금지) 조례를 좀 따라줬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승차거부를 하기도, 일일이 음식물을 들고 탔는지 확인하기도 버겁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금지'조례가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버스 기사들은 "아직은 더 노력할 단계"라고 입을 모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1월 시행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는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아웃 컵') 또는 그 밖의 불결, 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이 제정된 이유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버스는 택시나 지하철에 비해 흔들림이 심하고 급정거가 자주 일어나는 탓에 음료가 쏟아져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원이 많았다. 컵 안에 있던 얼음이 바닥에 떨어져 미끄러지거나, 특히 겨울철엔 뜨거운 음료를 들고 타는 경우가 많아 화상 위험도 크다. 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음료를 들고 타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불안해보였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시행됐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기사들은 서울시 조례안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7일 서울 난곡동 한 차고지에서 만난 버스 기사 A씨는 "차 안에 음료를 들고 타면 쏟아질 위험도 있고 쓰레기로 인해 다른 승객들이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반입 금지는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기사 B씨는 "그동안 음식물을 먹고 차 밑이나 안 보이는 곳에 끼워 넣는 승객들이 많았다"며 "청소를 해야 하는 기사뿐 아니라 다른 승객들 배려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정류장과 버스에 반입 금지 안내문을 부착하고 홍보 방송이 진행되면서 시행 초기에 비해 눈에 띄게 음식물을 들고 타는 승객은 줄었다고 버스 기사들은 말한다. 하지만 운행 후 차내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보면 언제 갖고 들어왔는지 모를 일회용 컵 등 쓰레기가 버려진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버스 기사는 차량 운행으로 차내 관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 버스 기사 C씨는 "가방이나 쇼핑백에 음식물을 숨기고 탄 뒤 꺼내먹는 사람이 태반이다. 분명 탈 때는 없었는데 쓰레기통을 확인해보면 커피 잔이 쌓여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꼼수'를 써서 음식물을 몰래 반입하는 승객들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고, 승차거부 시 불친절 민원에 대한 우려 탓에 조례가 제대로 자리잡기엔 아직 미비점이 많다고 버스 기사들은 지적한다. 버스 기사 D씨는 "승차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는 손님들은 막기가 쉽지 않다"면서 "서비스 직종인지라 불친절 민원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시 홈페이지나 120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버스 관련 민원을 받는다. 민원 내용은 신호 위반, 정류장 무정차, 난폭 운전, 불친절 등 다양하다. 버스기사들은 한번 불친절 민원을 받으면 적절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경위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은 승객들과 실랑이 벌이는 것을 피한다. 버스 기사 E씨는 "조례 시행 초기엔 승객들이 음료를 들고 타면 승차를 거부해 처음에는 실랑이도 했지만, 한번 신고를 받고 나선 아예 지적을 안 한다"고 했다.
한 버스 기사는 "조례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기사들의 버스 관리만으로 정책이 자리 잡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며 "시에서 나서서 안내방송 등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거나 단속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음식물 반입금지' 안내방송을 더 자주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승객 승하차 안내가 방송의 주가 되고, 시 관련 홍보 방송도 나가기 때문에 정류장 간 구간이 짧은 곳은 (반입금지) 안내방송이 나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내 음료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버스기사가 관리 책임을 지진 않고, 해당 손님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또 승객 단속과 관련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조례를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나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선 대중교통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과태료나 범칙금을 내도록 해 강하게 제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은 시민들이 가이드라인만으로 질서를 잘 지키고 있다.
버스 기사들도 무엇보다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버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