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국민배우 김수미를 추모하며

김윤주 기자 / 2024-11-01 15:46:42
시트콤에서 처음 보게 된 배우 김수미 재밌어 호감 생겨
'따뜻한 욕쟁이 할머니'로 각인…영화·예능 챙겨보는 팬 돼
힘든 시절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 나눠, 편히 쉬길
▲ 배우 김수미. [뉴시스]

 

▶한 번도 보지 않았음에도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보통 친숙한 모습의 연예인들이 그렇게 느껴진다. 그중 하나가 배우 김수미다. 김수미가 깊게 각인됐던 것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에서였다. '전원일기'를 보지 않은 MZ세대인 내게 '일용엄니'는 낯선 존재였다. 그래서 내게 김수미는 '발리 조인성 엄마'일뿐이었다. 그러다 시트콤에서 매료됐고 그때 김수미가 부른 노래는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지금도 이 구절은 잊을 수 없다. '나도 잘났다 젠. 젠. 젠. 젠틀맨이다~.'

 

자연스레 김수미에게 호감이 생겼다. '욕'조차 정겨웠다. '포근함'이 느껴졌달까. '따뜻한 욕쟁이 할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김수미가 나온 작품을 챙겨보는 '팬'이 됐다. 김수미가 나온 영화 '가문의 영광'·'헬머니'와 예능 '수미네 반찬' 등을 재밌게 봤다. 김수미는 늘 유쾌하고 솔직했으며 따스했다. 손수 만든 반찬을 지인들에게 자주 나눠줬고 그만큼 사람들을 챙길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미담이 끊이지 않았다.

 

김수미의 일대기를 돌아보니 마냥 평탄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었고, 배우로 데뷔한 뒤에도 오랫동안 주연을 맡지 못했다. 김수미의 대표작인 '전원일기'에서는 31세 나이에 할머니 연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연기 열정만은 대단했다. 그 덕분인지 드라마 '남자의 계절'에서 친정엄마 역할이었음에도 1986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조연 캐릭터임에도 대상을 받은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에는 예능에도 활발히 출연하며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웃음만 주던 김수미가 우릴 울게 했다.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고 여기저기서 애도가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서 '삶'이 보인다. 김수미가 살아생전 얼마나 따듯한 정을 나눴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욕쟁이 할머니'던 김수미는 정작 마음이 여려 욕하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꽃과 책을 좋아했고 직접 책을 내기도 했다. 김수미는 은퇴 후 음식봉사를 하고 싶어 했다. 비록 그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하늘 어딘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고 있지 않을까. 김수미가 완성하지 못한 책 '안녕히 계세요'에 답장을 보내고 싶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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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 편집부 기자

'주마등(走馬燈)' 세상을 살아가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적습니다. ▲ 지역신문컨퍼런스 젊은기자창 부문 대상(2014) ▲ 한국기자협회 에세이 공모전 대상(2020) ▲ 한국기자협회 정론직필 사행시 공모 장려상(2021) ▲ 한국기자협회 기자의 세상보기 시 부문 장려상(2022) ▲ 한국편집기자협회 제250회 이달의 편집상(2022) ▲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우수회원상(2023) ▲ 칼럼 [김윤주의 酒절주절] 2017~2018년 연재 ▲ 칼럼 [충청로2] 2018~2024년 연재 ▲ 칼럼 [김윤주의 주마등]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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