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고 성추행당해도 속수무책…보호되지 않는 교권

황정원 / 2018-11-30 15:00:06
초등학교에서 증가세 두드러져…학교에선 '쉬쉬'
교사들 "아동복지법상 모호한 학대 기준 명확히 해야"
실효성 없는 교권보호제도도 개선 목소리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28)씨는 지난 2016년 교실에서 학생에게 뺨을 맞았다. 친구와 다투던 학생이 이를 말리던 A씨에게 손을 휘두른 것이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A씨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고개를 숙였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40대 여교사 B씨는 지난해 교실에서 우유를 던지던 학생을 제지하다 "못생긴 X아, 꺼져"라는 욕설을 들었다. 이 학생은 자신을 말리는 다른 40대 여교사 C씨의 배를 발로 차기도 했다. C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는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정병혁 기자]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 매 맞고, 욕먹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교육부의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교권침해 건수는 1390건이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전체의 90.4%(1257건)로 모욕·명예훼손 757건, 교육 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143건, 상해·폭행 95건, 성적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순이었다. 학부모(관리자)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9.6%(133건)으로 나타났다.

교총에 따르면 교권 침해 상담사례가 2007년 204건에서 2017년 508건으로 10년 새 2.5배가 증가했다. 학교나 교사 선에서 합의 또는 마무리돼 보고되지 않은 교권침해 사례까지 고려하면 교권 침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 최근 5년 간 초등학교 교권침해 현황 [교육부 제공]


더 큰 문제는 교권을 침해하는 초등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교권침해가 주로 중·고교에서 이루어졌던 것을 넘어 초·중·고 전방위에 걸쳐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부의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현황'를 보면 지난 5년 간 초등학교 450건, 중학교 8097건, 고등학교 9664건의 교권침해사례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절대적인 교권침해 건수는 중·고교에서 많았지만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초등학교에서 2013년 58건에서 2017년 167건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교권이 떨어진 근본적 원인으로 교사의 권한 제한을 지적한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실장은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교육과정 구성, 수업 방식, 학생 평가 등 교육활동과 관련된 필수적인 활동 권한이 교사에게 보장돼있지 않다"며 "전반적인 교육지도의 권한이 교육부와 교장에게만 쏠려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교권 침해가 빈발하는 원인으로 일선 교사들은 아동복지법의 모호한 기준도 꼽는다. 세종시의 고등학교 교사 D(27)씨는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어떠한 훈육이든 학생이 두려움을 느꼈다면 학대가 될 수 있어 학생지도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동복지법상 정의에 따르면 '아동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아동은 18세 미만을 뜻한다.

아동복지법은 지난 2014년 아동 보호를 위해 개정됐지만 부작용도 빈발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아동학대로 몰리는 교사들이 생긴 것이다. 지난 2017년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중에 배탈이 난 학생을 학부모의 요구로 휴게소에 두고 갔지만, 이후 학부모가 이를 문제 삼아 기소돼 지난 8일 항소심에서 벌금형 선고를 유예 받았다. 지난 2016년 중학교 교사 E씨는 한 학생이 여러 차례 자신을 성추행하자 뺨을 때리고 훈계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학생 부모는 E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E씨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다른 학교로 직장을 옮겨야 했다.

이호중 교총 교권강화국 부장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규정이 명확하게 안 돼 학생이 피해를 조금만 주장해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아동복지법의 본래 취지는 학생들을 보호하는데 있었지, 사소한 것들까지 학대로 몰자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점점 힘들다고 말한다. 2017년 10월 한국교총이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 등 119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8.6%가 과거보다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권을 확립하고 학생지도매뉴얼을 만들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30일 오후 3시 현재 5만520명이 참여했다. 청원자는 현재 교사들에게 허락된 지도 방법은 '친절한 말'로 타이르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에게 지도할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지게 한다는 것이다.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권보호 제도들이 있어도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도리어 교권침해의 피해자인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교사 A(28)씨는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내에 선도위원회, 교권보호위원회 등이 있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교사들조차 위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실장은 "학내의 교권보호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근거한 기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권보호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법적으로 선도위원회에 선도 조치를 요구하거나 학생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마저도 교권침해 가해자가 교장이나 교감 같은 관리자나 학부모들일 경우 당사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해도 당사자가 인정하지 않거나 불응할 시 강제할 권한이 없다.

교원단체는 교사를 보호할 법제도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교권보호를 위한 교권 3법(교원지위법·학폭법·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교육감 고발조치 의무 부과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법률가를 포함한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법원이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해 형벌 등을 선고할 때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함께 선고하도록 한 것을 범죄의 경중에 따라 10년의 범위 안에서 취업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정서적 학대의 모호성에 관한 부분은 아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번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호중 교총 교권강화국 부장은 "추후적으로 정서적 학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교원지위법상 교권보호위원회를 강화해 강제성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면서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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