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케데헌과 국뽕

김윤주 기자 / 2025-08-22 15:22:19
넷플릭스 영화 '케데헌', 안철수가 토론회서 언급해 시청
韓 아이돌 소재 작품…한국적 요소 많아 어깨 절로 '으쓱'
IP수익, 넷플·소니픽처스 몫…뼈 아프지만 韓홍보는 의미

 

▲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 사실 볼까 말까 고민했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유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생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졌다. 그런 내가 넷플릭스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보게 된 것은 정말 의외의 인물 때문이었다. 바로 안철수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케데헌을 아느냐"고 묻자 김문수 후보는 "그게 뭐냐"라고 반문했다. 왠지 찔려 시청을 더 미뤄선 안 될 것 같았다.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그날 밤 결국 봤다.

 

 미국에서 제작했지만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했기에 익숙한 장면이 많았다. 주인공 아이돌 '헌트릭스'가 김밥, 라면, 설렁탕을 먹는 모습은 우리 일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배경이 한국이라 한옥마을과 남산타워는 물론, 동네 한의원과 목욕탕까지 나온다. 뮤지컬 형식인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흥행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노래 또한 그렇다. 영어 가사 중간중간에 한국어 가사가 섞여 있어 노래가 나올 때마다 '내가 들은 게 맞나' 귀를 의심해야 했다. 그 외에도 까치, 호랑이, 갓 등 한국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보다 보면 왠지 어깨가 으쓱거린다. 또 기록이 대단하다. 넷플릭스 93개국 스트리밍 순위 1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오스카까지 넘본다"는 말은 이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단순 인기 차트를 넘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메기 강 케데헌 감독을 만나 "위대한 작품 나온 게 기적"이라며 "자랑스러운 문화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거 한류는 싸이 덕에 씨를 뿌렸고 BTS 덕에 꽃을 피웠으며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덕에 열매를 맺었다. 이제는 '케데헌' 차례다. 

 

 국뽕이 차오르던 그 순간 누군가 찬물을 끼얹는다. "케데헌이 대박 나도 미국과 일본이 돈 벌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1조 원까지 예상되는 케데헌의 IP 수익은 미국 플랫폼(넷플릭스)과 일본 기업 소니의 자회사(소니픽처스)가 가져간다. 전략과 투자 부족으로 한국의 IP 산업 경쟁력이 약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적 라이센서 5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 32개, 일본 7개, 중국 2개와 비교된다. 그렇다면 케데헌 인기에 기뻐해선 안 되는 걸까. 작은 나라 한국이 세계에 알려진 배경에는 경제, 스포츠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 케데헌 덕에 한국을 조금 더 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 식품, 관광, 음악, 언어 등 관련 산업의 부수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IP 산업의 성장'이라는 숙제는 기억하되, 이번 한류 열풍에 웃어도 되지 않을까.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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