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수능 D+1, 진짜 시작

김윤주 기자 / 2025-11-14 14:48:10
18년이나 지났지만 수능 보던 그날 감각 생생하게 기억나
이젠 수험생 뿐 아니라 함께 고생한 부모의 마음도 느껴져
결과보다 경험 대하는 태도가 중요…수험생 새 레이스 응원
▲ 수능이 끝난 수험생의 뒷모습을 나타낸 일러스트. [김윤주 기자]

 

▶ 아직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날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수능'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기억이 생생하다. 차가운 물로 머리 감으며 잠을 깨던 순간, 떨리는 목소리로 부모님께 인사하던 순간, 시험장 책상에 처음 앉던 순간, 시간에 쫓기며 문제를 풀던 순간, 집에 돌아와 난이도 평가 뉴스를 듣던 순간까지. 그 하루는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던, 내 인생에서 유난히 높은 산 같았다.

 

▶ 어제 2026학년도 수능이 치러졌다. 어른이 된 지금도 수능 날이면 마음이 조금 긴장된다. 이젠 또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과거에는 수능을 치른 선배로서 학생의 입장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험장에 보내는 부모의 마음도 함께 느껴진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수능이라는 마라톤은 혼자가 아닌, 부모와 함께 달려온 레이스였다. 날 짓누르던 압박감에 옆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모두가 함께 힘든 시간을 견뎌낸 것이었다.

 

▶ 수능이 끝나면 해방감과 허무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12년 동안 달려온 레이스가 끝난 날이지만 그간 모든 노력이 하루 만에 평가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잘 달려왔어도 하루쯤은 발이 꼬일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고비가 찾아오거나 날씨나 운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끝난 뒤에는 온갖 감정이 뒤섞인다. 어떤 사람은 마치 인생이 망한 듯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수능은 우리가 무수히 거쳐야 할 인생의 관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 수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대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수능 문제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보니 계속 잘 뛰는 사람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뛰는 사람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안다. 잘 보지 못했어도 괜찮다.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 또한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경험을 대하는 태도다. 여기까지 달려왔고 또 앞으로 달릴 힘도 있다. 진짜는 수능 이후다. D-보다 D+가 진짜 인생이다. 수험생과 가족에게 마음껏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레이스를 응원한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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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走馬燈)' 세상을 살아가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적습니다. ▲ 지역신문컨퍼런스 젊은기자창 부문 대상(2014) ▲ 한국기자협회 에세이 공모전 대상(2020) ▲ 한국기자협회 정론직필 사행시 공모 장려상(2021) ▲ 한국기자협회 기자의 세상보기 시 부문 장려상(2022) ▲ 한국편집기자협회 제250회 이달의 편집상(2022) ▲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우수회원상(2023) ▲ 칼럼 [김윤주의 酒절주절] 2017~2018년 연재 ▲ 칼럼 [충청로2] 2018~2024년 연재 ▲ 칼럼 [김윤주의 주마등]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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