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산타가 있는 세상

김윤주 기자 / 2025-12-26 10:41:46
크리스마스에 아들 선물·산타 방문 AI 영상 준비 등으로 분주
아들, 산타가 핀란드에 산다 믿지만 '원조'는 지금의 터키 사람
산타 믿지 않게 되면 낭만 대신 현실 마주…오래 동심 지키길
▲ AI로 만든 우리 집에 방문한 산타 사진. [챗GPT 생성]

 

▶ 올해 크리스마스 역시 바빴다. 일곱 살 아들이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슬쩍 떠보고 들키지 않게 배송을 마친 뒤 포장까지 끝냈다. 흔적 없는 '은닉'은 필수였다. 잠자던 트리를 꺼내 장식하는 일도 빠질 수 없었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손이 많이 갔다. SNS에서 유행하는 AI 기술을 활용해 산타 영상과 사진까지 준비했다. 산타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장면부터 잠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까지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산타가 핀란드에 살고 있다'고 믿는 아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 사실 산타 얘기는 핀란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됐다. 4세기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에 살았던 기독교 성인 '성 니콜라스(St. Nicholas)'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몰래 선물을 나눠주던 인물로 전해진다. 그 이름은 유럽을 건너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Sinterklaas)'로 불렸고 미국까지 가서 '산타클로스(Santa Claus)'가 됐다. 20세기 초, 핀란드의 관광 마케팅을 계기로 산타는 북극권 라플란드에 사는 존재로 굳어졌다. 이후 빨간 코 순록 '루돌프'가 등장하며 스토리는 완성작이 됐다. 그렇게 탄생한 산타를 아이들은 아무 의심 없이 믿는다. 그 믿음이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날로 만든다.

 

▶ 나의 산타는 열 살까지 존재했다. 그때까지는 산타 분장한 사람이 진짜라고 생각했고, 트리 밑에 놓인 선물도 산타가 두고 간 것이라 믿었다. 12월이 되면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벼락치기' 선행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열 살 가을에, 한 친구가 "산타는 없는 거 알아? 다 부모님이 선물 주시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앞에서는 센 척하며 "당연히 알지"라고 대답했지만,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산타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다. 그 뒤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도 함께 사라졌다.

 

▶ 그래서 아들의 산타를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다. '산타가 있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1년에 한 번뿐인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은 그 자체로 설렘이 된다. 착하게 살면 산타 할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가, 평소 바라던 선물을 보상처럼 두고 간다는 믿음도 그렇다. 누군가 나를 몰래 응원해주고 있다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트리 아래 선물을 뜯는 아이의 표정이 그 순간의 기쁨을 대신 말해준다. 가끔은 '산타가 있는 세상'에 사는 아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산타가 사라진 아이는, 낭만 대신 현실을 마주하며 어느새 훌쩍 자라 버린다. 아들, 아니 아이들 세상에는, 모쪼록 산타가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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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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