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까지 연기하며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국민 존경 받아
포기가 쉬운 요즘 세대에 일침…기억 속 영원한 현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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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이순재가 2023년 5월 10일 서울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홀에서 열린 연극 리어왕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장면시연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애도 지난해 여의도 단골 쌈밥집에서 배우 이순재를 봤다. 하이킥·꽃할배 등으로 내적 친밀감이 들어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모습에 차마 말을 건네지 못한 채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방송 속에서 보던 건강하던 이미지와 달라 마음이 한동안 먹먹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부디 건강하시길 조용히 기도했다. 이후 이순재의 '건강 악화설'이 들려올 때마다 걱정이 됐다. 지난 25일 별세 소식을 듣자, 좋아하던 배우가 떠났다는 슬픔과 동시에 이순재 인생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열정 이순재는 1956년 연극으로 데뷔해 1965년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동의보감', '야인시대' 등 15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대배우'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70대에는 '하이킥' 시리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야동순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예능 '꽃할배'에서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빠른 걸음으로 '직진순재'라고 불리며 매력을 뽐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극 무대와 강연을 이어갔다. 지난해는 90세 나이에 시트콤 '개소리'로 KBS 연기대상을 받으며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이순재의 열정을 보면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젊은 나조차도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 좋아했던 일이라도 오히려 '직업'이 되면 탈출하고 싶은 요즘 사람들에게 이순재의 태도는 큰 울림을 준다.
#존경 사람은 사후에 그 가치가 드러난다. 이순재가 사망한 뒤 수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며 깊이 애도했다. 연예인 후배들뿐만 아니라 국민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순재의 오랜 연기 세월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긴 세월'만으로 존중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순재가 걸어온 길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연륜이 탄탄히 쌓였음에도 이순재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늘 질문하며 더 배우려고 했고, 항상 겸손했다. 지난해 대상을 탄 뒤에는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는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기에 이순재가 존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장례 또한 4개 단체에서 공동으로 준비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조화와 금관문화훈장이 놓인 이순재의 빈소만 봐도 대단한 업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 이순재의 삶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쉼 없던 활동은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요즘 세대에게 일침을 준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을 뿜어낼 수 있고,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존중은 자연히 따라온다. 세월은 공평하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각자의 몫이다. 인생의 깊이는 바로 그것으로 결정된다. 이순재는 평생을 열정·노력·도전으로 채웠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본보기가 됐다. 이순재의 인생 방식은 배우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본받아야 할 태도다. 이순재에게 깊은 '찬사'를 보내며, 그가 남긴 교훈에 '감사'를 보낸다. 죽을 때까지 '현역'이고 싶다는 소망처럼, 이순재는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현역'으로 남을 것이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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