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려인도 '펫티켓' 익혀야 개물림 사고 예방"

김혜란 / 2019-04-22 13:41:41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의 역자, 동물행동치료 전문가 이혜원 원장

개의 공격성은 '인간의 발명품'에 가깝다. 400가지가 넘는 개 품종의 다양성은 개량의 결과다. 인간은 개의 특징을 선별하고, 목적에 맞게끔 다양한 품종으로 만들었다. 반항하는 양을 물기, 집과 농장을 지키기, 사냥감을 보면 짖기 등 각기 다른 능력을 갖춘 개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이런 특성은 인간에게 불필요하게 됐다.


'반려견 행동치료'는 결국 인간이 가공한 개의 특정한 행동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잇단 '개물림' 사고는 일방적인 '개들의 습격'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 '공격성의 역풍'이다. 가축이었던 개는 이제 '반려견'이 돼가는 길목에 있다. 과도기 상황에 놓인 개와 사람. 갈등 없는 공동생활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의 역자이자 동물행동치료 전문가인 이혜원 원장을 만났다.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이혜원 원장이 서울 송파구 인근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부산 개물림 사고'를 보면 개가 갑자기 공격 행동을 보이는데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개가 뛰쳐나온다. 문이 열리면 뛰쳐나가는 건 개의 습성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런 사고는 전적으로 반려인 잘못이다. 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단 얘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땐 항상 견주가 앞장서 반려견을 제어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는 기본적인 '펫티켓'이다. 어지간한 반려견 관련 사고는 이런 간단한 이해와 방법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펫티켓을 몸에 익히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공간에서 반려견 양육에 따른 문제로 이웃과 얼굴 붉힐 일이 없다."


40cm 이상인 대형견은 입마개 씌워야 한다는데


"사고가 나면 항상 대형견이라는 측면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사건이 푸들이나 몰티즈에 의해 발생했다면 과연 언론이 보도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소형견이라도 점프력이 좋다면 똑같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아이돌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 주인을 물어 사망한 사고가 계기가 돼 최근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이 논의된 바 있다. '체고 40cm'는 여기서 나온 얘기다. 이런 기준을 갖춘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건 '180cmㆍ80kg' 이상의 남성을 위험인물로 간주해 입마개를 씌우는 것과 같다."


▲"개는 이유 없이 물지 않는다. 다만 문제 행동 이면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정병혁 기자]


자신의 개는 순해 물지 않는다는 의견은


"세상에 안전한 개는 없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전을 먼저 깬 건 사람이다. 개는 의도적인 갈등을 원치 않는다. 누군가 막대기로 찌르면 개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문다. 통증 때문에 공격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땐 개가 어디를 아파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부산 개 물림 사고'의 경우 반려인 A 씨는 '개가 쓰레기통으로 위협당한 적이 있어 쓰레기통을 들고 있던 B 씨를 문 것 같다'고 진술했다. 개는 이유 없이 물지 않는다. 다만 문제 행동 이면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인명사고가 나면 대부분 안락사를 시킨다. 다른 방법은 


"독일에선 개 물림 사고가 나면 경찰과 수의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기질 검사인 '베젠스테스트(Wesenstest)'로사고를 일으킨 개의 교정 가능성을 평가한다. 뇌종양 때문에 생긴 공격 행동일 경우 별다른 방도가 없어 안락사를 처방한다. 수의사라면 10년에 한 번 정도 겪는 일이라고 한다. 이런 강력한 처방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정 치료를 거친 후 견주에게 돌려보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한국도 이런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 개에게 교정과 교화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치료 없이 격리만 하면 문제는 재발할 수 있다. 다른 기회가 있는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면 의미 없는 죽음만 있을 뿐이다."


▲"반려인이 아닐지라도 개의 습성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은 반려인 1000만 시대의 중요 덕목이다." [정병혁 기자]


'왜 남의 개를 조심해야 하는데…'라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반려인이 개를 잘 통제한다고 해도 누군가 갑자기 개를 만지거나 걷어차면 물림 사고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왜 차를 조심해야 해'라며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일상에서 개를 마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개와 마주치는 상황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반려인이 아닐지라도 개의 습성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은 반려인 1000만 시대의 중요 덕목이다."


이혜원 원장은

독일 뮌헨 수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 수의대 동물복지연구소에서 동물복지 및 동물행동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럽동물자연보호협회 소속의 동물보호소에서 임상수의사로 지냈고, 건국대 3R복지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원장으로 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혜란

김혜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