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처음 생긴 동물보호법은 '88서울올림픽'이 남긴 깜짝 유산이다.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졸속 입법이었다. 건국대 로스쿨 홍완식 교수는 "어떤 연유에서든 법이 마련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한다. 다만 "철학적·사회적·법적 논쟁을 거친 게 아닌 만큼 아직 의식이 법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잇단 개물림 사고에 '동물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 '대형견을 맹견에 포함해 규제를 강화하라' 등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는 사실 실효성이 없는 얘기다"라고 전했다.

英 맹견법이 '가장 멍청한 법'이 된 이유…"반려인의 자율성도 중요"
'맹견법(The Dangerous Dogs Act)'은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해당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법은 '영국에서 가장 멍청한 법'이란 불명예를 얻는다. 입법 당시 국회의원들이 특정 견종을 덩치가 크고 험상궂게 생겼다는 이유로 맹견 리스트에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독립문동물병원 이관영 원장은 "소형견도 공격성이 있다"며 "맹견에 포함된 종이 아니라도 평소 공격행동을 보이는 개라면 외출 시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도 무용론 도마 위…"허술한 맹견등록제, 준법의식·행정력의 문제"
2014년 '맹견 등록제'는 지역에 상관없이 의무사항이 됐다. 하지만 시행 5년 차를 맞은 지금, 정부는 맹견 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해 4월 17일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맹견은 980마리다. 업계에서는 맹견 소유자를 2만여 명으로 보고 있다. 홍 교수는 "법이 존재하지만 이를 지키려는 사람이 없고, 위반해도 눈감아주는 등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견은 500만 마리로 추정하지만, 지자체 내 단속 인원은 320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반려동물 심리전문가 "개물림사고, 법규제보단 올바른 교육으로"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이웅종 교수는 법과 제도보다 '반려인 교육'을 강조한다. 모든 개는 공격성이 있고 성격도 달라 제도적으로 100%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개는 순하다. 다만 나에게만"이라며 "개는 본능적으로 주인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어 타인을 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당황하지 않고 개를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반려견행동치료 세미나'가 많이 생겨났지만, 막상 '반려견 동반' 시설이 많지 않아 사람만 교육을 받는 게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개를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포용적 분위기가 있다면 '개 없는 개 행동치료 교실'이란 촌극은 없었을 것이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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