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금연구역, 피하기 힘든 담배연기

황정원 / 2018-11-06 19:00:58
흡연자, 자체 흡연구역 조성…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일본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분리하는 '분연정책'
개방형 흡연부스 vs 폐쇄형 흡연부스 문제도

명동성당 인근 공원 옆 골목.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금연구역 표시가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흡연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A(31)씨는 "회사에 흡연구역이 없어 보통 여기서 많이 피우지만 길거리 흡연구역이 있으면 거기 가서 피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증권회사 관리인 B(61)씨는 "이곳은 담배꽁초가 순식간에 쌓이기 때문에 자주 나와서 치워주지 않으면 금세 지저분해진다"고 하소연했다.

 

▲ 지난 2일 명동 성당 부근 골목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모여 흡연을 하고 있다. [황정원 기자]


실제로 건물 주변에 흡연구역이 있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해당 구역에서 흡연을 하고 있었지만, 흡연구역이 따로 조성돼 있지 않은 건물의 직장인들은 골목 외진 곳이나 건물 옆에서 자체 흡연구역을 만들어 흡연을 하고 있었다. 이는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으로 이어진다. 2013년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민들 대부분(86.1%)이 실외 공공장소에서 간접흡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0월31일 여의도 증권가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황정원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금연구역이 26만5113개소로 2012년 7만9391개소에서 6년 만에 3.3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공식적인 길거리 흡연시설(개방형, 폐쇄형, 완전폐쇄형)은 63개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자치구 25개 중 15개 자치구에서만 흡연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주로 몰리는 종로구와 중구, 강남구도 각각 2곳, 7곳, 4곳뿐이다. 여의도 증권가가 위치한 영등포구에 길거리 흡연구역은 없었다.  

 

▲ 서울시 금연구역&흡연구역 현황 [그래픽 김상선]


이로 인해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울 장소를 찾아 이면도로나 골목,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늘어난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비흡연자들도 길에서 원치 않는 간접흡연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5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흡연자와 비흡연자 500명을 대상으로 흡연공간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흡연자 77%와 비흡연자 80%가 흡연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흡연구역을 설치할 때 위치에 따라 개방형 흡연부스와 폐쇄형 흡연부스 등 부스 형태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민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개방형 흡연부스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서울역 앞 대로변에 설치된 개방형 흡연부스를 지나던 C(68)씨는 흡연부스가 마치 "굴뚝 같다"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흡연자 자유지만 냄새도 심하고 보기도 안 좋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구역은 이런 큰 길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설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0월31일 서울역 앞 개방형 흡연부스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황정원 기자]


폐쇄형 흡연부스의 경우 원활한 환기와 청소 등 지속적인 관리와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한 완전폐쇄형 흡연부스의 경우 부스 밖에서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공지가 붙어있음에도 흡연자 일부가 부스 밖 입구에서 흡연하고 있었다. 부스 밖에서 흡연한 이유를 묻자 D(23)씨는 "부스 안이 환기가 안 돼 연기가 가득 차 냄새도 심하게 배고 갑갑하다"면서 "흡연구역이 많아지면 좋겠지만 환기시설을 설치하거나 개방된 흡연구역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지난 2일 일부 시민들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완전폐쇄형 흡연부스 밖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황정원 기자]


일본은 흡연부스를 최대한 많이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한국의 금연정책이 '여기서 피우지 마세요'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일본의 정책은 '여기서만 피우세요'로 흡연자 분리에 방점이 찍혀있다. 실내외 공간에 흡연구역을 여러 군데 지정해놓고, 그 이외의 곳에서는 금연을 유도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흡연실을 최대한 많이 설치해 흡연자와 금연자를 분리하는 '분연정책'이다.

일본은 보행 중 흡연은 엄격히 금지(지역에 따라 벌금 약 2만원~약 20만원)하지만 대도시에는 보행거리 5분 간격으로 흡연공간을 설치했다. 흡연구역이 표시된 앱도 활성화돼 있어 흡연자들이 흡연구역 위치를 파악하기에 손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 무엇보다 비흡연자의 동선에서 떨어진 장소에 흡연공간을 설치하고, 흡연 공간 주변을 미관이 있게 꾸며 혐오감을 줄였다. 또 55억엔(약 500억원) 예산을 들여 흡연실을 설치하는 음식점을 지원하고, 직장 내 흡연공간을 만들면 최대 설치비용의 50%까지 지원한다.  

 

▲ 일본 내 흡연부스를 표시한 지도 앱 'Smoking Area' [Smoking Area 캡처]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지금 시행되는 금연구역 위주 정책은 마치 '차는 팔면서 주차장은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흡연구역을 늘리되 철저히 분리해야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연구역에 흡연실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고층건물이 밀집된 도심은 금연건물 지정으로 건물 밖에서 흡연하는 흡연자가 늘어나 보행자가 간접흡연에 시달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흡연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그 비용을 지원해 보행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황정원 기자 h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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