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통해 확인하는 왕실 가족 사랑 '덕온공주 3대 유산 특별전'

이성봉 / 2019-04-26 12:23:24
4월 25일~8월 18일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특별전
덕온공주 친필 '자경전기' 및 윤용구의 '동사가람'
윤백영이 남긴 왕실 문화와 한글 자료 기록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개관 5주년을 맞아 올해 첫 기획특별전으로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을 25일부터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 덕온공주가 쓴 <자경전기>(아래)와 윤용구가 쓴 <여사초략>(가운데), 윤백영의 <한나라  명덕황후 마씨 이야기>(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지난 2019년 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으로부터 이관받은 <자경전기>와 국립한글박물관이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수집한 400여 점의 유물 중 덕온공주와 아들, 손녀 3대의 한글 자료와 유품 200여 점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덕온공주의 <자경전기>, 덕온공주의 언니 복온공주의 글씨첩,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한글로 쓴 중국 여성 전기 <동사기람> 등 중요 유일본 자료들이 최초로 선보인다. 

덕온공주 가족들의 한글 자료는 조선 왕실에서는 어떻게 한글로 소통하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었을지 짐작하게 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복온공주글씨첩>(개인 소장)은 복온공주가 12살 때 한글로 쓴 시문을 모은 첩으로, 순조가 점수를 매기고 종이와 붓 등을 상으로 내린 기록이 함께 적혀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복온공주의 유일한 글씨인 동시에 조선의 왕이 자신의 딸에게 직접 글쓰기를 가르쳤음을 보여주는 중요 자료이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는 자료 중에는 한글을 통해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것들이 많다.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의 명을 받아 아버지 순조의 글을 한글로 풀어 쓴 <자경전기>와 어머니가 주신 <고문진보언해>를 베껴 쓴 글에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는 딸 윤백영이 12세 되던 해에 모범이 될 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뽑아 <여사초략>을 써주었고, 그 마음을 이어받은 윤백영도 아버지의 한글 역사서 <동사기람> 등을 베껴 쓰며 평생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했다.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덕온공주 가족과 후손들의 한글 자료를 통해 소통과 배려의 문자인 한글이 한 왕실 가족에게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의 명으로 한글로 풀어 쓴 순조의 <자경전기慈慶殿記>.[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의 명으로 순조의 <자경전기慈慶殿記>를 한글로 풀어쓴 <자경전기>는 조선 왕실 3대에 걸친 효성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며, 동시에 공주의 글씨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명품이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 안에 자경전을 지었고, 혜경궁의 뒤를 이어 자경전에서 지냈던 정조 비 효의왕후는 순조에게 자경전에 대한 내력을 글로 지으라고 명하였다. 혜경궁을 잘 섬겼던 정조와 효의왕후의 마음이 순조에게 이어지고, 다시 덕온공주에게로 이어졌다. 5미터 넘는 길이의 종이에 정성스럽게 쓴 <자경전기>에서 부모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했던 공주의 효심이 잘 드러난다. 전시장에서 아버지 순조의 <자경전기>와 함께 만날 수 있다.


덕온공주의 양아들 윤용구는 방대한 분량의 중국 역사서를 한글로 편찬했다. 한문에 능통했던 윤용구가 고종의 명으로 여성들을 위한 중국 역사서 <정사기람正史紀覽>(80권)과 중국 여성 열전 <동사기람彤史紀覽>(10권)을 한글로 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윤용구의 <동사기람>과 <정사기람>은 한문 중심의 문자 생활을 했던 한말 사대부 남성이 어떻게 한글 사용을 확대해 나갔는지 잘 보여준다. 윤용구가 한글로 쓴 방대한 분량의 이들 역사서는 국어사, 역사, 서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할 가치가 높다.

<정사기람>은 중국 역사 전체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편년체 역사서로,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본과 국립한글박물관본 2종이 전한다. 고종에게 바친 장서각본(80권 80책)과는 달리 윤용구 집안에서 보관했던 국립한글박물관본(40권 40책)에는 붉은색 글씨로 한자가 병기되어 있어 정확한 이해에 도움을 주며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궁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궁할머니로 불린 윤백영은 왕실 문화와 한글 자료에 대한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 이 집안에 전해오는 다수의 한글 자료 필사자와 관련 내력을 알 수 있는 것도 윤백영의 기록 덕분이다.


▲ 덕온공주가 한글로 풀어 쓴 '족부족'(송익필의 한시)에는 아들 윤용구가 한자 낱말 뜻 풀이와 '족부족' 뒷면 마지막 부분의 윤백영이 쓴 부기를 더하여 3대의 글씨가 함께 모여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는 덕온공주가 순원왕후에게 하사받은 <고문진보언해>(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가 저동궁(덕온공주와 윤의선의 살림집) 화재로 일부 없어지자 68세 때 이를 보충해서 쓰고 기록을 남겼다. 장서각에 소장된 윤용구의 <정사기람> 80권 중 권19(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는 한국전쟁 때 분실된 것을 윤백영이 77세 때 보충하여 채워 넣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16년 기획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덕온공주 한글 자료>에 이어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 집안의 미공개 한글 유산을 소개하는 두 번째 전시이다.

지난 전시가 아들과 딸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막내딸 덕온공주의 혼례를 홀로 준비하는 순원왕후의 애틋한 모정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덕온공주 가족과 그 후손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글을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가족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밖에도 전시장에서는 덕온공주 집안이 왕실과 주고받은 한글 편지를 통해 옛 한글 편지의 특성을 살펴보는 공간도 마련했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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