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이 중국 사이트에…" 속수무책 해외 그림 도용

강혜영 / 2019-03-04 14:56:03
해외 저작권 상담 한해 400건…구제신청 개인저작권자 전무
저작권은 속지주의…"국가 공조·문화원 활용해 해결책 모색해야"

"중국의 한 온라인 상점에서 제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한 제품을 팔고 있었어요"

 

▲ 국외 저작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상담 및 컨설팅 건수는 400여 건에 달했다. 사진은 저작권 침해 피해를 호소한 글 [독자 제공]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물건에 입혀 판매하고 있는 이서연(27·가명) 씨는 지난달 중국의 한 온라인에서 자신의 그림이 도용 된 휴대폰 케이스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브랜드명이 삭제된 채였다. 이 씨는 "1년에 한두 번은 꼭 있는 일"이라며 "국내도용은 비슷하게 따라 하는 정도인데 중국에서 발견되는 것들은 완전 카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특히 중국 같은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도 있고 하다 보니 변리사도 실질적인 해결방법이 없다고 말했다"며 대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서 '카피' 잇따라…"변호사도 해결 못 한다 말해"


이는 비단 이 씨 만의 일이 아니다. 재작년 작가 김현주(29) 씨도 2년에 걸쳐 그린 1m 크기의 한국 전통채색화 '과일 파라다이스'가 중국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도용된 것을 확인했다. 알리바바에 입점한 상점 중 한 곳에서 김 씨의 그림이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던 것이다. 김 씨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들을 캡처해놨지만, 해당 상점은 얼마 후 알리바바에서 사라져 책임자를 찾을 수 없게 됐다. 그림이 유통된 경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김 씨는 저작권 전문변호사 등에게 수소문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다고 했다. 중국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씨는 "변호사를 알아봐도 유통되는 과정을 일일이 체크해서 증거물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저작권 위원회에도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 해봤지만, 거기서도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해외 저작권 상담 한해 400건 


대응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중국,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 4개 국가에 해외사무소를 두고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사무소에서는 해당 국가에서 그림 도용이 적발되면 저작권 침해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는 일을 도와준다. 사무소를 통해 URL 등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도 할 수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해외사무소를 통해 개인 저작권자 또는 사업자, 저작권 권리사가 받은 해외저작권 관련 상담 및 컨설팅은 390여 건이다. 

 


해외사무소를 통해 현지 사법기관의 협조도 요청할 수 있다. 사무소는 현지에서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경우 현지 법무법인을 통한 전문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사무소를 통해 중국 사법기관이 단속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적으로 단속이 아니라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고 싶으면 중국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북경사무소를 통해서 소송에 대해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제된 개인 저작권자 전무…소송 실익 없어


그러나 실제로 개인 저작자가 구제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해외사무소를 통해 구제 신청을 한 개인 저작권자는 최근 3년 동안 한명도 없었다. 국제 협력팀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서 해외에서 저작권침해 대책을 문의해오면, 위원회에서 하는 업무에 대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조치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4개 사무소 이외의 국가에서 도용됐을 경우에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송해도 실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소송에서 승소를 해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장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우리나라 저작권 위원회 해외사무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하라고 조언해주는 정도에 그친다"며 "개인에게 돈이나 시간이 너무 크게 소모되고 몇천 만 원을 써도 사실상 큰 효과가 없다. 중국 사람이 중국에서 도용한 경우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도용 국내 수사불가…국제 협약도 무용지물


해외 저작권 도용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속지주의'가 꼽힌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저작권 분쟁에는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저작물의 본국과 상관없이 저작권의 보호가 요구된 국가의 저작권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침해가 발생했다면 중국 저작권법에 따라 구제 요청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기태 교수는 "해외에서 도용당하는 사례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속지주의"라면서 "중국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는 언어의 장벽뿐 아니라 재판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김 교수는 "중국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데 침해자들이 잘 오지 않는다"며 "기소가 유지되려면 필요한 재판상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지식재산권 인식이 낮아 국제 협약도 준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에 대한 국제협약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등이 있다. 

 

장연덕 교수는 "중국은 WTO 협정을 했어도 지식재산권법이 안 지켜진다"며 "중국은 무법지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가 공조·문화원 활용해 해결책 모색해야"


국외 저작권 침해 문제 해결에 국가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태 교수는 "국가가 공조해서 국제 분쟁을 관활하는 협약을 맺어 개인 저작자들도 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에 나가 있는 문화원들이 이런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중국 등의 국가에서는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결국엔 문화창달을 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고양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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