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오락거리로…유희 위한 체험시설 금지를"
지난 10일 서울 시내의 한 낚시카페. 직원이 물고기의 목구멍 깊숙이 박힌 낚싯바늘을 꺼내고 있었다. 뾰족한 바늘이 뽑혀나가 피를 흘리던 물고기는 곧바로 저울 위에 놓였다. 무게를 잰 뒤 수족관에 도로 담겼다. 또다시 낚이기 위해서였다.

이날 카페에는 30여 명의 이용객들이 잉어, 비단잉어, 붕어, 향어 등 3000여 마리가 담겼다는 수족관에 둘러앉 아 물고기를 잡았다 풀어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잡은 물고기의 무게만큼 상품이 지급된다. 물고기의 평균 무게는 300~400g. 무게는 포인트로 환산돼 1000포인트를 모으면 과자나 학용품, 4000포인트로는 최근 유행하는 토끼 모자, 1만 포인트로는 전기밥솥을 챙겨갈 수 있다.
"통증 느끼고 감정 가진 물고기도 보호받아야"
동물권 단체들은 낚시카페가 오락을 위해 어류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학대 시설이라고 말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낚시카페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한정된 공간은 물고기에게 적절한 환경이 아니다"면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면서 오락거리로 삼는 것은 생명존중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도 "낚시카페에서 낚시바늘에 걸리고 빼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류도 고통을 느낀다"며 "유희 때문에 어류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낚시카페 이용객과 직원은 물고기의 고통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김모(8) 어린이는 "벌써 물고기를 9마리나 잡았다"고 자랑하면서도 "불쌍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직장인 이모(27) 씨도 같은 질문에 "물고기는 통점이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카페 직원도 "죽는 걸 걱정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찌른다고 죽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학자인 조너선 밸컴의 저서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 따르면 물고기는 표정을 알 수 없고 외견상 벙어리인 것처럼 보여 척추동물보다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지만, 통증을 느끼고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지각 있는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한다.
저서에 따르면 최근 학계에서 다수의 실험을 통해 물고기가 통증을 인식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수의사협회도 2013년 발표한 동물 안락사 지침에서 "통증에 관한 한 물고기를 다른 육상 척추동물들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시내만 58곳…22곳만 등록
낚시카페는 전국적으로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 된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 전국에 321곳의 낚시카페가 검색된다. 낚시를 하는 시설은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시군구에 등록하게 돼 있다. 그러나 낚시카페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낚시카페 실태에 대해 "별도로 통계를 낸 것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낚시터는 해수면이나 저수지, 강을 이용한 시설로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낚시카페는 사유시설"이라며 "낚시법에는 낚시카페와 같은 실내 낚시터에 대한 등록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생겨난 시설이다 보니 법적 규정이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등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22곳의 낚시카페가 등록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으로는 서울 시내에 있는 낚시카페가 58곳에 이른다. 절반이 넘는 숫자가 관리 감독 밖에 놓여있는 것이다.
동물권 단체는 관리 감독은 최소한의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희경 대표는 "관리 감독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순 있지만, 물고기 복지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결국엔 이런 시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미 위해 죽여도 된다는 메시지 전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어류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준호 서울특별시수의사회 전무는 "우리나라의 경우 어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동물보호법상 식용이 아닌 어류부터 보호 대상이기 때문에 낚시카페가 학대라는 법적 근거는 있으나 법도 정서나 문화에 따르기 때문에 처벌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그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법 감정도 바뀌기 때문에 어류 도 고통 없이 죽을 권리가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대표도 "우리나라는 어류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아직까지 미비해 카페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오락을 위해 사용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산천어 축제 등을 통해 학대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만, 해외보다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양식에 쓰이는 물고기의 복지도 고려 대상이며, 이들의 행동풍부화 등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한순간 재미를 위해 생명을 죽여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동물을 유희의 수단으로 삼는 시설들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희경 대표는 "물고기를 비롯해 살아있는 생명을 오락거리로 삼는 야생 동물 카페 등 체험 시설들이 운영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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