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쇠말뚝' 논란…전말은?

이민재 / 2019-06-18 11:06:39
일부 참배객 "박 전 대통령 정기(精氣)를 훼손하려는 의도"
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 공사 당시 고정용 핀(쇠말뚝) 사용한 것"

최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이하 현충원)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서 '쇠말뚝' 수십 개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간 '신동아'가 17일 보도했다. '신동아'는 "음택(陰宅)의 지기(地氣)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묏자리나 관에도 쇠못을 쓰지 않는데, 현충원이 관리하는 전직 국가원수 묘소에 수십 개의 '쇠말뚝'이 박혔다는 사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현 정국과 맞물려 '쇠말뚝 변괴'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 신동아가 취재한 자원봉사자 A 씨(사진 오른쪽)가 쇠말뚝을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쇠말뚝'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60대 여성 자원봉사자 A 씨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칼로 풀을 매던 중 금속성 소리가 나, 땅을 파보니 부식된 길이 20cm가량의 '쇠말뚝'이 나왔다는 것이다. '신동아'는 A 씨가 이후에도 비슷한 크기의 쇠말뚝 여러 개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묘역 뒤편과 사성(莎城·무덤 뒤에 반달 모양으로 두둑하게 둘러싼 토성)과 묘지가 있는 평지에서 쇠말뚝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일부 풍수지리학자들은 국운과 후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찬 성질의 쇠를 땅에 박는 것은 '독'이 된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쇠말뚝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기를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아'는 일부 현장 참배객들이 "누군가 박 전 대통령의 정기(精氣)를 훼손하려고 저지른 일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바란 종북 인사들이 꾸민 짓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쇠말뚝'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년 박 전대통령의 묘소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급경사면의 잔디가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신동아' 취재결과 밝혀졌다. '신동아'는 이을영 현충원 관리과장의 말을 인용, "2010년 박 전 대통령 묘역 공사를 하면서 처음 고정용 핀(쇠말뚝)을 사용했다"'며 '"민간에서 하듯 나무 핀이나 대나무, 싸리나무를 쓰면 나무 끝부분 20cm 이상이 표층 위로 올라오게 돼 미관상 좋지 않아 철제 고정핀을 사용했다. 두께 4cm가량 되는 잔디를 나무핀으로 고정하면 곧 흘러내린다. 박 전 대통령 묘역은 현충원 내에서도 고지(高地)에 있고, 경사가 가파른 데다 음지(陰地)여서 잔디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쇠 고정용 핀으로 장시간 (잔디를) 활착시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쇠말뚝 괴담'은다소 해소된 모양새지만, 일부에서는 "사용된 핀의 개수가 너무 많고, 부식된 쇠는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어 잔디 생육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왜 제거를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2010년 보수공사에 쓰인 고정핀은 1600여 개로 추정되는데 이 숫자가 너무 많고, 지하에서 부식될 경우 토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퍼지자 현충원은 지난 10일 고정핀 제거 작업에 나섰다. 첫날 작업에서만 668개의 핀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신의 유튜브 코너 '김광일의 입'에서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박정희 대통령 묘소 '쇠말뚝'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쇠말뚝 논란'은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관련 내용을 조선일보에 칼럼으로 기고하며 처음 알려졌다. 이후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자신이 출연하는 유튜브 코너 '김광일의 입'에서 다루며 확산됐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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