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평범한 삶을 위해 포기하는 세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청년들이다.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평범한 삶 자체가 특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다. 포기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노력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강조하는 관습도 맞물린다.

"평범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청년들의 '민낯'을 담은 르포 <청춘일기, 2015>, 청춘의 좌절과 희망을 논하는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2009> 등의 저자인 조성주(40)씨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서울시 노동협력관으로 노동문제에 힘을 쏟고 있다.
'비관적 낙관주의'로 평범한 삶 추구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청년이라는 세대적 공통성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배경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으로서 그 세대가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공유하는 것들, 그리고 그들의 소득수준이나 지역 등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X세대가 그랬고, 밀레니얼 세대가 그렇듯 특정 세대가 경험한 것과 서로 다른 배경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나타난다. 청년으로 규정되는 나이는 일반적으로 만 15~39세인데, 이렇게 정책 대상으로서만 청년을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자조적 단어가 아니라 집단적 혐오"
'이생망', 'N포 세대'라는 말은 단어만 다를 뿐 어느 세대나 공유해왔다. 조 협력관이 "어느 사회나 염세주의나 허무주의가 굉장히 많았다"고 말한 이유다. 그는 "요즘의 자조적 단어들이 특별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다만 "과거 청년세대들은 개인적인 염세주의로 빠져들었다면 지금의 청년세대는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로가 서로를 집단적으로 혐오하고 비난할 상대를 찾는다는 것이다.
"삶의 불안정성 위에 서 있는 집단이 청년"
조 협력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고용불안'을 짚었다. 고용불안은 단순히 실업률이라든가 일자리 개수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고용의 질에 따라 소득 차이가 생겨나고, 복지가 잘 안 갖춰진 상태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게 없어졌기 때문에 위협감도 훨씬 많이 느낀다. 이러한 삶의 불안정성 위에 서있는 집단이 요즘 청년"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가장 강력했던 IMF 시절 초등학생이던 사람들이 지금 2030세대다. 어쩌면 한국 사회의 강력한 경쟁시스템을 이미 내면화해 온 세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 직시하는 삶의 태도 가져야"
그가 제시한 '삶의 태도'는 '비관적 낙관주의'다. 그는 항간에 떠도는 불확실한 희망들을 경계했다. "언론이나 책이나 '대단한 미래가 올 것이다'라고 말하거나 '역사는 승리한다'와 같은 환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라고 꼬집었다. 당장에 무언가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불평등 해소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므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의 조건에 대해서 '날 것' 그대로 정직하게 보는 것, 현실을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특별한 몇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평범한 삶이 어떻게 보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한테는 소중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는 과잉행동, 과잉행복에 치중하고 평범한 삶은 무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평범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존재"
조 협력관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실제 우리는 항상 특별해야 했고, 여기에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는 과정이 동반됐다"면서 "이러한 반복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알게 모르게 깎아 내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 절대다수는 평범하게 하루를 산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아주 특별하지 않더라도 삶이 함부로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함부로 해고의 위협을 당하지 않는 사회에 사는 것"라고 말했다.
조 협력관은 "정부가 존재하고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최대한 보호하고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때문에 시민들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서 민주주의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결국 '비관적 낙관주의'를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함께 일상의 정치가 보통사람을 보호해야 절망이 아닌 희망이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KPI뉴스 / 김이현·황정원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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