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하루 진료비만 18만원" 환자 울리는 과잉진료

강혜영 / 2019-04-01 10:49:01
사전 설명·환자 동의 없이 불필요한 검사, 보험 비급여 진료 권유
전문가 "행위별수가제·성과급제 등 과잉진료 유인동기 차단해야"

▲ 최근 독감이 유행하면서 과잉진료도 함께 성행하고 있다. [강혜영 기자]


서울 중구에 사는 김준수(26·가명) 씨는 열흘 전 감기 증세로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의사의 권유로 독감 검사를 받고 타미플루 수액 주사를 맞았다. 

 

진료를 마친 김 씨에게 병원 측이 제시한 청구서는 18만여 원. 예상보다 많은 금액에 김 씨가 구체적인 진료 명세를 요구하자 병원 측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을 5일 치 복용하거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타미플루 수액 주사(15만 원 상당)를 맞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 가운데 후자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만일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 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다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타미플루 수액 주사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전 고지가 없었던 점에 대해 병원 측에 항의했지만,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로부터 제보를 받은 UPI뉴스가 확인취재에 나서자 해당 병원 측은 "병원을 방문해달라", "서면 질의서를 제출해달라"는 등 말을 바꿔가며 책임 회피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료비 과다 지불로 한 해 17억 원 환불 


이 같은 과잉진료는 김 씨에게만 국한된 사례는 아니다. 환자에게 사전설명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검사를 한다거나 비급여 진료를 권유한 뒤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비자보호단체 등에는 독감 증세로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비 '바가지'를 썼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에서 A형 독감 확진을 받은 중학생 아이가 타미플루 수액 및 비타민 수액 주사를 맞고 22만2000원을 결제했다"며 "원래 이렇게 나오는 거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병원 측에서 타미플루 수액을 맞도록 유도했으며 비타민 수액은 묻지도 않고 임의로 주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나는 진료비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은 매년 2만 명이 넘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확인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이 진료비 확인을 요청한 건수는 2만2456건이었다. 진료비 확인 요청은 비급여로 부담한 진료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적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다. 같은 해 진료비가 과다하게 청구돼 환불된 건수도 6705건에 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7억2600여만 원에 이른다. 


"과잉진료 유인동기 강한 의료제도의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과잉진료가 빚어지는 원인으로 '행위별 수가제'와 '성과급제'를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각 병원이 환자에게 진찰, 검사, 수술, 처치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뒤 그에 맞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수가를 받는 행위별수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정유석 단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행위별수가제는 의사의 행위에 비례해 수입이 늘어나게 돼 있어 과잉진료를 유인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10년 기준으로 종합병원 네 곳 가운데 세 곳꼴로 시행 중인 성과급제 역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과급제는 의사가 병원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자신의 수입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처방을 내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의료인들이 보험 비급여 대상 의료 행위를 수입원으로 여기는 문화 역시 과잉진료를 불러온다고 진단한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를 비교적 늦게 시작한 우리나라에서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 많은 상태에서 급여를 확대해 나갔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가 주요 수입원으로 인지됐다. 따라서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 있고 수입을 위해서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 풍토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비지불제도 등 제도 개선 논의 필요"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유석 교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나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대부분 병원에서 도입 중인 진료실적 위주의 의사 성과급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공공병원만이라도 단순 진료실적에 따른 성과급제는 지양해야 한다"며 "민간병원의 경우에도 합의를 거쳐 기본급보다 성과급의 비율이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성과급제 하에서도 단순하게 의사가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의료 질 향상 기여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예를 들면 환자 교육, 예방접종, 예방조치 등도 성과로 봐야 한다"면서 "적정한 노력에 대한 성과를 평가한다면 수입을 높이려고 과잉진료 쪽으로 마음이 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진료비지불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료비지불제도에는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가 있다. 인두제는 의사가 맡은 환자 수에 일정 금액을 곱하여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유석 교수는 "인두제는 원천적으로 과잉진료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이 지만 의사가 성실하게 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확률이 있고 대기 시간도 길어 병원 방문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반대로 행위별수가제는 의사를 만나기 편하고 선택권은 넓지만, 자칫 과잉진료 유인 동기가 될 수 있다. 현행제도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단점인 과잉진료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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