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잭슨홀 미팅과 제롬 파월의 진화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8-26 10:28:07
중앙은행가의 진화 보여준 잭슨홀 미팅의 파월 발언
파월, 과거 실수 인정하며 '겸손','의문 품는 정신' 강조
대전환기 헤쳐나갈 중앙은행가 경험·통찰력 가치 소중

중앙은행이 진화하는 생물체(evolving creature)와 같은 존재라면 중앙은행가 역시 부단히 진화하는 존재여야 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8월 23일 잭슨홀 미팅 발언은 이전 수년간의 잭슨홀 발언들에 비해 진화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파월 의장은 3년 전 2021년 8월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일 뿐이라고 단언했다가 2022년 8월에는 정반대로 경제에 다가올 고통을 강조하며 강력한 통화긴축 메시지를 던져 세계 금융시장에 큰 동요를 일으켰다. 양 극단을 오간 후 2023년 8월 잭슨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은 가운데 통화정책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게 긴축으로 갈 경우의 양방향 리스크를 경계하는 모습으로 여백을 남겼다.

 

금년 8월 잭슨홀에서는 이제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23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정책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 대선 6주 전인 9월 중순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하는 금리인하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의 정책을 회고하며 일부 판단 오류도 인정했다. 2021년 인플레이션 초기 판단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이 일시적이며 정책 대응할 필요 없이 꽤 빠르게 지나갈 것으로 보았던 실수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다만 이는 연준을 포함하여 대다수 주류 경제학자들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에 함께 탑승한 실수였음을 부연했다. 'Transitory'호는 주류 경제학자들로 붐비는 좋은 배였다고 했다(The good ship Transitory was a crowded one, with most mainstream analysts ... on board). 파월의 역설적 비유다. 1970년대 이후 어떤 시기와도 달랐던 인플레이션 급등의 원인을 과열되고 일시적으로 왜곡된 수요와 제약된 공급 간의 비정상적인 충돌로 분석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급등하는 공급 충격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잭슨홀 마무리 발언에서 팬데믹 기간 중 분명하게 드러난 지식의 한계는 '겸손(humility)'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이를 현재의 과제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둔 '의문을 품는 정신(questioning spirit)'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전의 잭슨홀 발언들과 다소 결을 달리하며 정책결정자로서의 경험, 고뇌와 성찰이 엿보이는 자세다. 

 

팬데믹 이후의 특별한 기간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이 있다는 파월의 발언에서 '겸손'과 함께 '의문을 품는 정신'을 지향하는 중앙은행가의 진화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다시 1년 후 잭슨홀 미팅에서는 어떤 발언이 나올 것이며 또 이번 잭슨홀 미팅은 어떻게 회고하게 될까.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 본다.

 

먼저 금리를 올리는 상향 여정에서 얻은 교훈을 금리를 내리는 하향 여정에서도 유연하게 적용하는 '의문을 품는 정신'의 중요성이다. 전쟁 등에 따른 공급 압박 인플레이션에 금리인상으로만 대응하려 했다는 가학적 통화주의(sado-monetarism)라는 비판에도 자이언트 스텝, 빅 스텝을 밟는 급격한 금리인상 퍼레이드 속에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 등이 연달아 파산하는 금융시스템 동요의 파열음이 있었다. 정치와 재정의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통화정책에 모두 담을 수 없음은 금번 하향 여정에서도 의문을 품고 성찰해야 할 과제가 된다. 예컨대 금리인하와 밀접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주택을 지어 시장에 공급토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할 수 있다.

 

다음으로 미 대선 이후의 통화정책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 수행 여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양 후보 모두 재정정책은 느슨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경우 관세 확대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발 및 이주 노동자 대규모 추방에 따른 특정 부문 생산 감소 및 물가 상승의 스태그플레이션 초래가 우려된다. 최악의 경우 이번 잭슨홀에서 파월이 말한 일방향적 금리인하 메시지가 내년 잭슨홀에서 혼란스러워진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선거 이후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정치경제적 현실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통화정책이 직면하는 정치경제적 리스크는 양방향일 수 있음을 경계하며 정치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중립적 중앙은행가 입장을 지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잭슨홀에서 파월도 역설법으로 토로했듯 데이터 의존적 주류 경제학 분석의 한계에 유의해야 한다. 소음과 신호가 섞여있으며 상충적이고 불안정한 데이터 분석에 모든 것을 걸고 통화정책의 정치·경제·사회적 복합성을 커버해 나가기는 어렵다.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들이 '그들로만 붐비는 배'에 함께 타고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실수를 저질렀던 집단사고 오류는 일시적이어야 한다. 파월은 좋은 결정은 좋은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원하는 만큼 좋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인간 행동과 심리 흐름을 읽어내기 위한 분석을 넘어서는 통찰력이 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하다.

 

패러다임 대변화기의 바람직한 덕목은 파월이 잭슨홀에서 말한 대로 과다확신이 아닌 '겸손'이다. '겸손'과 '의문을 품는 정신'을 지닌 중앙은행가의 역할이 긴요하다. 그리고 대전환기를 헤쳐 나가는 중앙은행가의 경험과 통찰력이 더욱 절실하다. 잭슨홀 미팅에서 점차 진화하는 면모가 엿보이는 파월의 모습은 중앙은행가의 경험과 통찰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영광의 시기와 시련의 시기를 지나며 중앙은행가에게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경험과 통찰력은 이 시대의 소중한 가치이자 사회적 자산임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불가피하게 다가오는 복합적 도전에 대응해나갈 진화하는 중앙은행, 그리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진화하는 중앙은행가(evolving central banker)의 역량을 미국, 그리고 한국에도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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