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쥐꼬리'에다 세금이 절반…창의력 죽이는 직무발명보상금

KPI뉴스 / 2025-05-15 10:50:03

우리나라는 아직 무형의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보상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 산업, 문화예술계의 뛰어난 아이디어맨들이 여기에 실망해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한국은 여전히 3만 달러 중진국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활약하는 첨단 빅테크 기업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창의적 인재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게 쳐주는 분위기와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중국의 딥시크, 미국의 넷플릭스와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줄줄이 나와야 제조 강국을 넘어 서비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허청은 한국이 3년 연속 국제특허출원 세계 4위의 지식재산 강국이라고 자랑한다.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무역수지도 지난해 상반기 총 1.4억 달러, 특히 저작권은 13.4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런데 군데군데 허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직무발명보상금을 겨냥한 과도한 세금이다. 직무발명보상금이란 회사, 연구소 등에 소속된 직원, 연구원들이 자신이 고안한 특허 권리를 사용자(회사, 연구소)에 귀속시키는 대가로 받는 돈을 말한다. 돈이 되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지만 소속기관의 일원으로 일하며 생긴 권리라서 우선 기관이 갖고 이를 제3자에게 기술이전 등 기술료를 받은 다음, 이 중 일부를 아이디어맨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 직무보상금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월급쟁이 발명가가 엄청난 돈다발 아이디어를 냈는데 회사가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소송을 벌여 뉴스로 알려지곤 한다.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일본발 뉴스다. 나중에 노벨상까지 받은 청색 LED의 발명자가 회사를 상대로 한 직무발명 소송에서 한때 2000억 원 보상 판결을 받아 화제가 됐다. 회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기여자는 쥐꼬리 보상에 실망해 결국 미국 교수로 옮기며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출발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요점만 말하면 직무발명보상금에 매기는 세금이 과도하다. 2017년 소득세법 개정을 기점으로 그전에는 기타소득으로 전액 비과세였다가 이후 근로소득으로 합산해 과세하고 있다. 어림잡아 보상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1억을 받으면 5000만 원, 10억을 받으면 5억 원이 결정세액이다. 안 그래도 쥐꼬리만큼 주려는 회사와 머리 터지게 협상해서 보상금을 받으면 40~50%를 나라에 갖다 바쳐야 한다. 이래서야 이공계 인재가 신나게 연구와 발명을 할 흥이 나질 않는다.

첫째, 소속기관은 기술료 수입의 상당한 비율을 연구자에게 기술이전 보상금으로 나눠줘야 한다. 둘째, 이렇게 받은 발명의 대가를 국가에서 몽땅 걷어가지 말아야 한다. 신박한 아이디어로 세계적 히트 상품을 만들었는데 쥐꼬리 보상에 세금이 절반이라면 누가 신나서 연구를 하겠는가. 물론 직무발명보상금이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제도라서 아예 연봉 책정에 아이디어 보상을 반영하는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딥시크와 넷플릭스 아이디어맨에게는 천문학적인 월급이 돌아간다. 하지만 한국의 급여문화 개선에 앞서 당장 현존하는 직무발명보상금의 소득세제 개편이 단기과제임은 분명하다.

의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대생들의 대량 유급과 제적을 앞둔 국민적 안타까움이 크다. 그런데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왜 모두 의대로 몰려갔을까. 아이디어 보상에 야박한 한국의 풍토를 부모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 받는 안정된 직장이 최고"라는 산업시대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서다. 이 편견이 깨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는 중국의 딥시크와 독일의 바이오앤테크 같은 혁신벤처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가 특히 그렇다. 문화예술체육 분야는 K팝의 성공신화를 쓴 하이브 등 선례가 있어 편견이 많이 깨졌다. 아이들이 음악, 게임, 스포츠 스타로 크고 싶다고 하면 이제 부모들이 앞장선다. 대박나면 재벌이 될 수 있다고 누구나 꿈꾸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과학기술 분야만 이 꿈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들이 맘껏 창업하고 중간에 몇 차례 실패를 거쳐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는 신화를 보고 싶다. 우리는 이병철의 반도체 신화, 정주영의 조선소 신화를 이미 알고 있다. 세계적인 IT, 바이오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창업자로 포천 100의 글로벌 기업 순위 안에 들어가는 지식재산(IP) 시대의 영웅이 출현하길 기다린다.

그러려면 과학기술의 사업화, 예술의 산업화를 위해 아이디어 하나로 재벌이 될 수 있는 IP 가치평가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그 출발이 정당한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정착이다. 창의적 인재 1명이 10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올 때 대한민국은 퍼스트무버 선진국이 될 것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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