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대통령 누가 되든

김윤주 기자 / 2025-05-30 11:28:47
기표소 함께 가는 아들에 "누굴 찍었나 말하지 말라" 신신당부
아들, 3년 전 투표결과 누설…"왜 벌써 대통령 뽑냐" 질문하기도
유권자 "왜뽑았을까" 푸념 안하도록 당선자 "왜뽑았을까" 자문을
▲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일러스트=김윤주 기자]

 

▶ '때아닌'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됐다. 선거일엔 유치원도 쉬어 이번에도 아들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갈 처지다. 선거는 아직 며칠 남았으나 단단한 '교육'이 필요했다. 교육 사항은 단, 한 가지다. '엄마의 투표 결과를 절대 알리지 말 것'. 그도 그럴 것이 아들에게는 '전적'이 있었다. 3년 전, 대통령 선거 때였다. 기표소에 같이 들어갔다 나온 뒤 "우리 엄마 X번 뽑았어요"라고 천기누설을 하는 게 아닌가. 비밀 아닌 '비밀투표'에 그 꼬맹이를 안고 투표소에서 뛰쳐나온 기억이 있다. 그 녀석의 기밀 누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할아버지와 개표 방송을 보면서도 "엄마 저 사람 뽑았어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목격된 것만 그 정도지, 아마 뒤에서 더 '누설'했을 것이다.

 

▶ 조금 이해는 된다. 그땐 하지 말라 해도 뭔지 잘 모르는 네 살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조금 더 큰 '일곱 살'이다. 설명만 잘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이다. 다만, 이렇게 컸음에도 제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게 있는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왜 대통령을 벌써 뽑냐'는 것이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네 살 때의 선거를 기억하기에, 올해의 선거를 수식에 대입해 봐도 '계산'이 맞지 않았나 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일곱 살 눈높이로 설명해 줬다. 그걸 말하면서, 내 잘못은 아니지만 어른으로서 괜스레 부끄러웠다. 그냥 '규칙'대로 흘러가지 않는 나라의 상황이 그랬다. 아이에게 비친 나라의 모습이 어떨지 조금 두려웠다.

 

▶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말이 많다. 물론 '조기 대선'인지라 다소 다급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60일간 '예열 없는 가열'을 본 듯하다. 그래서인지 온갖 생각들이 '끓어넘친다'. 혹자는 "책임을 묻기 위해 투표하겠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래도)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한다. 공무원인 친한 동생은 사전투표 업무를 지원했다가 별 모습을 다 봤다고 한다. '첫 투표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미신을 믿고 새벽 4시부터 '투표소 오픈런'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한 집계 결과를 내밀며 "부정선거 아니냐"고 난동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만 관련되면 사람들은 더욱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것 같다. '혼란한' 세상 속 '혼미한' 사람이 넘쳐난다.

 

▶ 투표는 내 힘으로 하지만, 결과가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한들 선거를 포기한 적은 없다. '사표(死票)'를 던질지언정 유권자로서 '사표(辭表)'를 던질 순 없다. 때론 투표용지가 장문의 선택지임에도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차악(次惡)'을 고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어떤 선거에선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늘 어렵고 늘 무겁다. 이번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진 모르겠으나, 국민으로서 바라는 건 늘 똑같다. 국민을 위하고 경제를 살리고 도덕을 지키길 바란다. 표를 받기 위해 낮은 자세를 유지하던 사람이 취임 후엔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당선자는 '(자신을) 왜 뽑았을까'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국민 기대가 '왜 뽑았을까'란 푸념으로 바뀌게 해선 안된다. 아들에게 설명해도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 그런 나라가 되길 바란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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