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헌정사 최초 전직 대법원장 구속

장기현 / 2019-01-24 06:22:21
영장심사 명재권 부장판사 "범죄혐의 소명, 사안 중대, 증거인멸 우려"
박병대 전 대법관 영장 두 번째 기각…법원 "범죄 성립에 의문"

'사법 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사법부 수장으로 기록됐다. 함께 청구된 박병대(62) 전 대법관은 두 번째 구속 위기도 벗어났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시58분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일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이 핵심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것을 넘어 직접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계획을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이 반헌법적 범행의 최고 책임자라 결론짓고,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직무유기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 위계공무집행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이고, 개별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기각됐다.

 

▲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박병대 전 대법관이 재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24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임 기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 소송 관련 재판 개입 등 새로운 범죄혐의를 확인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박 전 대법관은 이번에도 구속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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