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성폭행 응급키트' 나와…9년 만에 수사 재개

홍종선 / 2018-10-04 03:10:18
호날두 전면 부인에 피해 여성 '세부 증거' 제시
미국 경찰 "3398일 전 키트지만 상태 좋다"
호날두, 보도 후 처음 나타나…연인, 아들과 축구 관람

성폭행 또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 보이는 반응은 어쩜 이리 비슷할까.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한 경우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지 않아서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건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든가 “결코 그런 적이 없다”는 전면 부인 반응인 걸까.

인정하는 듯 물러섰다가도 명예훼손으로 피해 주장 상대를 고소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선언하는 게 부지기수다. 전에 합의금을 지급한 사실이 나와도 “쌍방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협박을 받았고 유명인이다 보니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아서 돈을 준 내가 되레 피해자”라고 상황 역전을 시도한다. 

 

▲ 피해 여성의 '성폭행 응급 키트' 증거 제시로 새 국면을 맞고 있는 호날두 [뉴시스]

세계적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방을 주고받는 양상이 압축적이고 빠를 뿐이다. 성폭행 주장 보도 후 5일이 지난 현재까지의 양상을 보면, 먼저 피해 여성의 성폭행 주장 및 합의금 보도 → 호날두의 전면 부인과 법적 대응 예고의 수순을 밟았다. 여기서 멈출 수도 있었다. 상호 간의 물밑협상이든 재차 합의가 잘 성사됐거나 어느 쪽이든 거짓말을 철회했다면.

하지만 호날두의 성폭행 의혹 사건은 2라운드를 맞이했다. 호날두의 전면 부인과 변호사의 법적 대응 선전포고에 피해 주장 여성이 ‘세부 증거’로 맞섰기 때문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경찰도 거들고 나섰다.

일자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달 28일 독일 매체 슈피겔은 “호날두가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단독 보도하며 “미국 출신의 여성 캐서린 마요르가(34)가 2009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호날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어 “호날두가 침묵을 대가로 여성에게 37만5000달러(약 4억2000만원)를 지불했다. 마요르가의 변호인이 미국 네바다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호날두는 직접 진화에 나섰다. 거액의 합의금을 준 사실과 함께 사건이 알려졌음에도 호날두는 사건 보도 당일인 28일 개인 SNS 방송을 통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가짜 뉴스다. 사람들은 내 이름을 쓰길 좋아한다. 일반적인 일이다. 내 이름을 써서 유명해지길 원한다. 내 일의 일부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괜찮다”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호날두의 변호사 크리스티안 슈헤르츠 역시 곧장 성명을 내고 “뻔뻔한 불법 행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호날두의 개인적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개인 사생활 영역에서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세부 증거를 제시하면서 사건 발생 9년 만에 수사가 재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호날두 성폭행 의혹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일 영국 언론 미러는 9년 동안 잠잠했던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고 알리면서 “피해자가 세부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러는 피해 여성이 제출한 법정 문서를 인용, “호날두가 여성을 침대로 밀었다. 여성은 ‘싫다’, ‘싫다’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성폭행 상황이 끝난 뒤에야 호날두는 ‘미안하다, 침실을 떠나도 되느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후속 보도를 낸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당시 상황과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며 합의된 성관계가 아닌 성폭행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마요르가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 전엔) 친절했는데 돌변했다”면서 “소름 끼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변호인 역시 “(성폭행 과정에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알렸다. 마요르가 측은 또 “2009년 6월13일 검사에 응한 성폭력 응급키트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9월 마지막 주 미국 현지 법원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 미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해 여성이 호날두 측의 해명에 반박하며 장기적 싸움이 될 전망이 큰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장은 세부 증거 보도가 나온 1일, 메트로폴리스 경찰에 3398일(9년 3개월19일) 전 발생한 캐서린 마요르가 성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재개를 명령했다.

메트로폴리스 경찰은 “9년 3개월19일 전 확보한 마요르가의 성폭행 응급 키트는 피해자가 고소를 원하지 않았기에 검사 결과가 처리되지 않았다”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가해자의 DNA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설명했다.

“캐서린 마요르가는 3398일 전 성폭행을 신고했으나 혐의자가 누구인지는 찾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한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당시 피해자는 ‘강간’을 당했다고 밝혔다”고 브리핑했다.

이틀 후인 3일, 포르투갈 출신의 호날두는 자신이 소속된 유벤투스(이탈리아)의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영 보이즈(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출장정지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호날두는 성폭행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 데일리메일,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등 다수의 매체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호날두가 연인 조지나 로드리게스, 아들 호날두 주니어와 함께 영 보이즈전을 지켜봤다”며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호날두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호날두가 결장한 유벤투스는 영 보이즈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같은날, 영국 일간 더선은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두 사람이 라스베이거스 클럽에서 다정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성폭행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상임에도 슈피겔 보도 당시부터 호날두를 옹호하고 나선 팬들에게는 반가운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사건을 단독 보도한 슈피겔 기자 키리스토프 윈터 바흐는 1일 자신의 SNS에 호날두의 성폭행 의혹을 부정하는 팬들의 반응에 대해 “가히 충격적”이라고 평하며 “왜 피해 여성이 곧바로 알리지 않았는지 이해할 만하다”고 일갈했다. 또 “이메일, 경찰 문서, 의료 문서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보도했다”면서 “사실만 보도하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와중에도 가족과 함께 대중 앞에 나설 만큼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호날두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마요르가의 ‘성폭행 응급 키트’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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