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와 중앙은행에 깔린 심리학적 공통분모
미국 법제의 개별주의,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멈췄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15개월에 걸친 10회 연속 금리인상 일변도에서 처음으로 궤적을 수정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금리인상이 끝난 건 아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통화정책 결정이 향후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매파적 멈춤(hawkish pause)임을 시사했다. FOMC 멤버들도 점도표(dot plot)를 통해서 금년중 0.50%포인트 추가인상을 전망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확신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건너뛰기(skip)라는 미묘한 뉘앙스의 표현도 회자되었다. 인상(hike), 멈춤(pause), 인상(hike)의 시리즈도 가정하면서 추가적인 데이터와 금융경제 상황 등을 살펴봐야 되는 것인가.
통화정책은 행동할 것이냐(action, 금리 인상 또는 인하), 행동하지 않을 것이냐(inaction, 금리 동결)를 선택해 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6월 FOMC에서 후자를 선택했고 시장 확신이 다소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의 여진 속에서 7월 FOMC 결정은 어떤 선택이 될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은 축구의 페널티 킥에 비유된다. 페널티 킥에서 키커가 볼을 어느 쪽 방향으로 차는지를 스포츠 전문가들이 조사해 보니 왼쪽이 32%, 오른쪽이 32%, 가운데가 29% 정도였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데 골키퍼는 94%가 좌우로 몸을 날렸다고 한다. 키커의 볼은 64%만 좌우로 갔는데 골키퍼는 94%가 좌우로 몸을 날렸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인(principal)-대리인(agent)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인은 감독, 구단주, 관중이고 대리인은 선수, 골키퍼로 볼 수 있다. 주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리인인 골키퍼는 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좌우로 몸을 날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인 주인으로부터 통화정책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인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도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심리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골키퍼가 상황에 따라서는 몸을 날리지 않는 inaction의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듯이 중앙은행도 행동하지 않는 판단과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 있다. 페널티 킥에서도, 통화정책에서도 inaction이 훌륭한 결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골키퍼와 중앙은행에 심리학적 공통분모가 있을 법하다.
중앙은행의 본질은 제도와 사람이다. 제도의 틀(institutional framework)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제도 면에서 미 연준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집합주의(collectivist approach)에 대비되는 개별주의(individualistic approach)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간에는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대비를 보인다.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최고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은 정책과 판결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의견 불일치(dissent)가 있더라도 이를 외부에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합의에 의해 도출한 최종 결정 결과만을 발표한다. 반면 미 연준과 연방대법원(US Supreme Court)은 최종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의견 불일치 내용, 불일치 의견자의 신원과 논거 등을 기록하고 발표한다. 법적(de jure) 책임성과 함께 실질적(de facto) 책임성을 중시하는 미국 제도의 단면이다.
통화정책 결정시마다 FOMC 멤버들이 점도표를 통해 외부에 공개하는 금리 전망 또한 이와 같은 미국의 개별주의 제도 및 제도운영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고 조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의 실질적 책임성이 점차 신축적, 확장적으로 운용되고 있고 통화정책이 점증하는 불확실성하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핵심적 정책수행 메커니즘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 모델의 개별주의와 유럽 모델의 집합주의는 투명성, 책임성, 독립성, 민주주의 원칙 등의 관점에서 각기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최적 모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각국의 통화정책을 바라봄에 있어 제도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의 비교법제적 특성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6월 통화정책 결정에서 본 다소 혼란스러운 커뮤니케이션과 시장 반응은 제도와 제도 아래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정책결정자 및 시장참가자)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연준의 6월 커뮤니케이션이 7월과 이후의 통화정책에 action의 형태로 나타날지, inaction의 형태로 나타날지는 제도와 플레이어의 상호작용 흐름, 그리고 중앙은행 심리학의 관점에서도 파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페널티 킥 장면에서 골대 앞에 서있는 골키퍼의 심정으로 중앙은행 정책결정자들이 action과 inaction의 선택 사이에서 좋은 스코어를 달성하는 플레이어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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