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만으로 거시경제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 달성은 무리
은행업 환경변화 맞춰 중앙은행에 새옷 입히는 변화 필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도하게 완화했던 통화정책을 2022년중 급격히 긴축으로 선회한 와중에 금년 3월 이후 발생한 은행 위기(banking crisis)에 대한 우려와 아직 충분히 진정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심하여 내린 정책결정으로 이해된다.
3월중 실리콘밸리은행에 이어 시그니처은행, 5월 들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까지 최근 불과 두달 사이에 합산 자산규모 5400억 달러에 달하는 3개 은행들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미국 은행시스템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상당하다. 미국 은행권의 예금이 3월에만 4700억 달러 줄어든 이후 4월에도 감소세가 지속되었다.
자산규모 27위 이하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감소폭이 더 컸다. 은행 대출도 3월중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320억 달러 축소되었다가 4월 들어 일부 회복되었다. 은행 수익성은 대형 은행들의 1분기 순이자마진이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반면 중소형 은행들은 8.6% 감소하는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실리콘밸리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대형 은행들이 위기를 촉발했지만 그 타격이 중소형 은행들로까지 확산된 형국이다. 경제주체들에게 신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은행이, 금융 선진국인 미국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금번 은행 위기는 왜 초래된 것일까. 통화정책에 일부 비판이 간다. 물가안정 등 거시경제적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를 금리라는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달성하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제도의 산물인 중앙은행은 완전하지 않다. 높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지난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과 빅 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으며 긴축을 주도했던 연준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금년 2월까지도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된 실리콘밸리은행의 뱅크런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토로는 어쩌면 인간 능력과 판단의 한계를 보여주는 귀결처럼 보인다.
다음으로 금융감독정책의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연준은 최근 발표한 실리콘밸리은행에 대한 감독 및 규제 점검 보고서를 통해 동 은행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으며 금융감독당국의 정책과 규제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2022년 이후 금년 초 급격한 금리상승과 은행의 편중된 사업모델 부진이 겹치면서 높아진 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감독당국도 이를 포착하여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취하는 데 미흡했으며 2018~19년의 규제완화 법률과 관련 정책변화 등이 면밀하고 효과적인 감독을 막았다는 것이다.
입법부와 유관기관들이 움직이고 있다. 우선 5월 말까지 미 의회는 금번 은행 위기의 경과 및 대응 등과 관련하여 유관 규제당국들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7월 초에 연준은 중소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안 초안을 준비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10월까지 각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 다음 내년 초 즈음에는 새로운 규제안을 완성하려는 일정이 예상되고 있다.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은행업을 둘러싼 최근의 환경변화이다. 금번 은행 위기 전개 과정에서 우리 일상과 삶의 모든 영역을 이미 지배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들은 지금 금융에 있어서도 가히 게임 체인저라 할 수 있다. 이번 뱅크런의 속도가 과거에 보았던 모습들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탄식,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3월 10일 오전까지 1천억 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갈 상황이었다는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의 의회 발언 등은 SNS와 모바일 뱅킹의 결합이 가져오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말해준다.
금번 은행 위기를 계기로 실체적으로 드러난 은행업의 환경변화가 중앙은행에 던지는 시사점은 어떤 것일까. 중앙은행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진화해온 생물체와도 같은 존재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을 포함하여 300년의 중앙은행사는 끊임없는 진화의 역사였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중앙은행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진화가 더욱 필요함을 금번 은행 위기는 새삼 일깨워 준다. 시간 제약 없이 경각을 다투는 뱅크런에 대응하여 24시간 주7일 가동될 수 있는 새로운 중앙은행 긴급 유동성 지원 제도 도입,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제도 설계, 소셜 미디어에 대한 체계적이고 면밀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여러 제도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회적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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