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발목잡는 官…국가경쟁력 27위·정부효율성 36위 한국 금융은 흔히 '관치금융'(官治金融)으로 불린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경영 하나하나에 깊숙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고 유럽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도 위태롭자 당국이 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은행권에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경기대응완충자본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는 신용팽창기에 은행이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도록 하되 경색 국면에서는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 장치다.
이 제도는 바젤Ⅲ 자본규제 일환으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은행이 해당 제도에 의해 추가로 쌓은 자본은 거의 없다. 당국은 은행이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당국이 그래야할 만큼 국내은행이 위험하거나 자율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못하고 있는 지에는 의문이 든다.
당국은 위험의 근거로 은행 연체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을 꼽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 말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0.31%가 위험하다고 보기는 무리다. 국내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내내 0.2%대였으나 2020, 2021년엔 0.2~0.3%대를 오갔다. 때때로 0.4%를 넘기도 했다.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해진 건 아니다.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은행 보통주자본비율은 12.26%로 영국(15.65%), 유럽연합(EU·14.74%), 미국(12.37%) 등 주요국보다 낮기는 하다. 그러나 이도 당국 규제 기준(7.0%)을 크게 상회한 것이다. 2021년 말 12.99%, 2020년 말 12.45%, 2019년 말 11.46%에 비해서도 위험하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 SVB와 국내은행은 다르다. SVB는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42.5%에 불과하고 절반이 넘는 예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은 모두 90%가 넘는다. 유가증권 투자 비중은 미미하기에 SVB와 같은 파산 위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대출 중 8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라 급격한 금리 변화에도 은행이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잘 알기에 정부도 국내은행 건전성을 자신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과 부채 구조가 SVB와 다르고 유동성도 양호하다"며 "SVB 파산의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내은행의 자본·유동성 비율과 수익성 등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당국에 앞서 은행은 이미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은행 대손충당금은 총 6조3000억 원으로 전년말(4조2000억 원) 대비 55.1% 늘었다. 시중은행은 94.0% 급증했다.
정부가 일일이 기업을 지도하며 이끌던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나갔다. 당국은 과도한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2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2020년(23위)보다 네 계단 내려간 데에는 정부 규제 영향이 컸다.
한국의 과학 인프라는 세계 3위로 최상위권이었다. 기본 인프라는 16위, 기술 인프라는 19위를 나타냈다. 반면 정부 효율성은 36위, 정부 규제 부문은 48위에 그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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