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전두환 할아버지의 업보 떠안고 혹독하게 대가 치르는 손자

류순열 기자 / 2023-03-16 17:14:21
전두환의 후손들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독재자·학살자 후손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가끔 궁금했다.

후안무치 할아버지의 멘탈을 빼닮았다면 마찬가지로 뻔뻔하게 살아가겠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와 양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혼란스러운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했다.

과연 그랬다. 손자 전우원은 할아버지의 업보를 짊어지고 자살을 기도할 만큼 죽도록 번민했던 모양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번뇌의 끝이 "할아버지는 학살자,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라는, 세상을 향한 고해성사였던 거다.

전우원은 "내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거 보다 5·18사태로 죽은자들, 불구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들, 자녀분들이 받았을 정신질환의 크기가 더 크다"고 했다. 고해성사의 이유로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의 심판이 두렵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정신질환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그를 비정상인으로 몰고 있지만 전우원이야말로 그 집안에서 가장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인물로 보인다. 문제 없다는 병원 진료 기록까지 공개했다. 전우원은 "그렇게 걱정이 됐느냐. 그런데 자살 기도로 열흘간 병원에 있는데도 전화 한통, 메시지 한통 없었느냐"고 했다.

전우원의 팩트폭행은 그야말로 전씨 가문의 뼈를 때린다. 한두층이 아닌 큰아버지(재국) 자택엔 영화관이 딸려 있고, 연희동 자택엔 스크린골프, 수영장, 농구장까지 있단다. 작은 아버지(재만)는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갖고 있으며, 전 씨 가족 전체가 해마다 용평스키리조트로 수주간 여행을 갔다고 했다.

그 돈 다 어디서 났나.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더니, 앞뒤가 안맞는다"고 전우원은 말했다. 그가 고발하듯, 숨겨놓은 검은돈이 많았다는 얘기다. 재임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재벌기업에서 거둬들인 뇌물은 1조 원에 육박한다. 법원은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했는데 절반 가량은 끝내 납부하지 않고 저세상으로 갔다.

가족에게 등돌린 전우원은 불효자, 패륜아인가. 전 씨 집안 사람들은 그렇게 손가락질하고 원망하겠지만 전우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오히려 할아버지의 업보를 끌어안고 번민하다 삶을 포기하려 한,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다.

할아버지 전두환은 90평생을 멘탈갑으로 떵떵거리며 살다 세상을 떴다. 시민을 학살한 5·18에 대해 끝까지 "내가 왜 책임이 있어?"라며 정색했고, "천억 추징금 언제 낼 거냐"(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는 물음에 "네가 좀 내줘라"며 뻔뻔함과 여유, 비아냥으로 응수했다. 

멘탈갑의 삶은 그렇게 화려하고 당당했는지 몰라도 죽어서는 아니다. 그 당당함이 거꾸로 영원히 풀리지 않을 역사의 멍에가 되고 말았다. 전 씨는 영영 용서받을 길이 없다.

반성도, 사죄도 없는 그 후안무치한 삶의 대가를 지금 손자 전우원이 대신 치르는 중이다. 세상 뜨기 전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오늘 손자의 삶은 자유롭고 편안했을 것이다. 전두환 씨는 후손에게도 결코 좋은 할아버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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