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들,고교시절 학폭으로 등교하지 않았다"
"마땅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사과조차 안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건은 엽기적이다. 그런 흠결을 갖고도 그런 자리를 욕심냈다는 게 기막히다. 인사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불가다.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인데, 누구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걸까.
아들과 아버지는 이어달리기 하듯 학폭 피해자를 괴롭혔다. 가해자인 아들을 위해 소송전을 펼치며 2차 가해하던 당시 검사 정순신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 인권보호가 업무인 공직자가 남의 인권, 그것도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막장극을 벌인 거다.
정 검사가 버젓이 그런 짓을 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법무장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다. 언론에 떠들석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몰랐다고 한다. 한 장관은 정 검사와 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그럼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대응이 엉뚱하다. 윤 대통령은 느닷없이 학폭 근절방안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학폭이 뭐 어제오늘 벌어지기 시작한 신종범죄라도 되나.
인사검증 주무장관인 한 장관은 "정무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일은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늘 당당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비겁한 변명이다.
가히 검찰공화국 막장드라마로 불릴 만하다. 국민적 공분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권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의 비판은 특히 신랄하다. 매불쇼에 출연해 "마땅히 사과하고 누군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정 전 검사에 대해 "대한민국에 살 자격도 없다"고 까지 말했다.
알고보니 이재오 고문도 학폭 피해가족이었다. 1985년생 늦둥이 아들이 고교 시절 학폭 피해자였다고 한다. 어느날 학교를 가지 않길래 혼을 낸 적이 있는데, 학폭 피해 때문이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아들이 최근 "그때 몇일 학교 안간 적 있잖아요? 사실은요, 저도~"라면서 학폭 피해사실을 털어놓더라는 것이다. 당시 이 고문은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이 고문은 "지금도 아들이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고 했다.
"학폭 피해 트라우마는 그렇게 평생 가는 것"이라면서 이 고문은 60여년전 학폭까지 소환했다. 학창시절 친구들 때리고 돈 빼앗던 악당이 있었는데, 동창 모임에서 안보이길래 "걔는 왜 안나와"라고 했더니 다들 눈치를 보면서 "우리 괴롭히던 애 아니냐"고 하더라는 것이다.
"다 지난 일 갖고 뭘 그러냐, 나오라고 하라고 했지. 그래서 그 친구가 나왔는데 다들 눈도 마주치지 않는거라. 그러다 한 친구가 '너 그때 우리 때리고 괴롭힌 거 사과하라'고 하더라." 그러자 그 친구가 무릎을 꿇더니, "나이 드니 알겠더라"며 사과했다고 한다. 10대때의 악행으로 묶인 원한의 매듭이 나이 80이 다돼 사과함으로써 풀린 것이다.
힘센 공직을 얻으려다 정순신 부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었다. 변호사인들 제대로 하겠나, 서울대인들 편히 다닐 수 있겠나. 이 고문의 일갈처럼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살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다. 누굴 원망하겠나.
삶을 지킬 방법은 있다. 이제라도 피해자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잘못된 삶을 바로잡고 복원하는 출발점이 거기다.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 아니다. 80 노인도 10대때 악행에 대해 무릎꿇고 사죄했다.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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