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로 집값 안정화 꾀해야…장기적으로 건설사도 이익 또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인가.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해달라"고 했다.
건설사들은 지난 수 년 간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021년 삼성물산 직원 평균 급여(1억1300만 원)는 전년보다 1300만 원 올랐다. 현대건설(9700만 원)은 1200만 원 상승했다.
호황기에 이익을 누렸다면, 불황기에는 손해를 감수하는 게 이치에 맞는다. 이익은 살뜰히 챙기면서 손실은 사회로 떠넘기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사들였다가 손실을 볼 경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물론 전례가 없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다. 그런데 지금 그때만큼 상황이 심각한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107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518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5599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5만 호 수준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금은 공기업 등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요새 미분양 단지들은 대부분 비싼 분양가로 유명한 곳들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의 30평대(전용 84㎡) 아파트 분양가는 13~14억 가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은 월 363만 원, 도시근로자 가구는 419만 원이다. 도시 근로자 가구가 가처분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30년 간 모아야 둔촌주공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건설사는 손실 떠넘길 생각 말고 분양원가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정 회장은 "인건비, 자재비 등이 뛰고 있다.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알 수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SH공사는 고덕강일지구 8단지 946가구 중 526가구를 2020년 분양했다. 분양가는 3.3㎡당 1772만 원으로 '강일리버파크' 등 주변 민간아파트 시세의 75%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SH공사는 이익률 33.9%를 기록했다. 분양원가가 3.3㎡당 1170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고덕강일지구 14단지 분양수익률도 33.7%였다.
건설사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정 회장 주장대로 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지, 건설사 이익률이 5~7%에 불과한지도 드러날 것이다.
지난 수 년 간 수많은 '벼락거지'를 양산했던 '미친집값'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지만, 원래 거품이 터질 때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괴롭다고 모르핀부터 찾으면 문제는 더 커진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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