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국민에게 손실 떠넘길 생각 말고 분양원가부터 공개하라

안재성 기자 / 2023-02-01 16:33:35
이익 날 때 '성과급 잔치'하면서 손해는 세금으로 메꿔달라는 건가
분양원가 공개로 집값 안정화 꾀해야…장기적으로 건설사도 이익
또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인가.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해달라"고 했다. 

건설사들은 지난 수 년 간 부동산 호황을 누렸다.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2021년 삼성물산 직원 평균 급여(1억1300만 원)는 전년보다 1300만 원 올랐다. 현대건설(9700만 원)은 1200만 원 상승했다. 

호황기에 이익을 누렸다면, 불황기에는 손해를 감수하는 게 이치에 맞는다. 이익은 살뜰히 챙기면서 손실은 사회로 떠넘기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사들였다가 손실을 볼 경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물론 전례가 없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공기업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다. 그런데 지금 그때만큼 상황이 심각한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107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518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5599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5만 호 수준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금은 공기업 등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무엇보다 요새 미분양 단지들은 대부분 비싼 분양가로 유명한 곳들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의 30평대(전용 84㎡) 아파트 분양가는 13~14억 가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은 월 363만 원, 도시근로자 가구는 419만 원이다. 도시 근로자 가구가 가처분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30년 간 모아야 둔촌주공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건설사는 손실 떠넘길 생각 말고 분양원가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정 회장은 "인건비, 자재비 등이 뛰고 있다.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알 수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SH공사는 고덕강일지구 8단지 946가구 중 526가구를 2020년 분양했다. 분양가는 3.3㎡당 1772만 원으로 '강일리버파크' 등 주변 민간아파트 시세의 75%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SH공사는 이익률 33.9%를 기록했다. 분양원가가 3.3㎡당 1170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고덕강일지구 14단지 분양수익률도 33.7%였다. 

건설사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정 회장 주장대로 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지, 건설사 이익률이 5~7%에 불과한지도 드러날 것이다.

지난 수 년 간 수많은 '벼락거지'를 양산했던 '미친집값'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지만, 원래 거품이 터질 때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괴롭다고 모르핀부터 찾으면 문제는 더 커진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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