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반지하 서민에게 정부는 너무 멀고, 야박했다

류순열 기자 / 2022-08-11 16:14:45
마지막 순간까지 도움손길 닿지 않은 반지하 비극
없는이들 지원 '찔끔' 가진자들 지원 '화끈'한 정부
무주택 서민정책을 그렇게 화끈하게 펼쳤다면?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없는 이들에게 훨씬 가혹하다. 신림동 참사는 그중 최악이다. 폭우가 반지하 골방을 덮쳤다. 40대 엄마, 초등 6학년 딸,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엄마의 언니가 숨졌다.

엄마는 한달 전 언니 침대를 바꿨다. 딸의 책상도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언니의 건강을, 딸의 미래를 생각했을 것이다. 6학년 딸은 사고 몇 시간 전 아픈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미 병원에서 산책이라두 하시면서 밥도 드시고 건강 챙기시구요. 기도도 많이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계셔요.'

반지하의 삶이라고 꿈이 없는 게 아니다. 언젠가 반지하를 벗어나리라,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삶의 의지는 누구보다도 더 강렬했을지 모른다.

세상은 이들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 폭우가 반지하 골방에 들이닥쳐 숨통을 조여올 때 그들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을 수 없었다. 전화 폭주로 119는 불통이었다.

재난이 평등하지 않은 건 세상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푸라기같은 희망을 움켜쥐고 하루하루 버텼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속절없이 저세상으로 떠밀려갔다.

최소한 정부정책이라도 평등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운동장은 덜 기울었을 것이다. 현실은 반대다. 없는 이들 지원은 '찔끔'이고, 가진 자들 지원은 '화끈'했다. 정부가 평등은커녕 불평등을 조장한 꼴이다.

일례로 금융정책을 보자. 금융위원회가 안심전환대출을 다시 시행한다고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싼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서민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 설계, 시행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성공작이기는 했지만 이 정책도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이다. 집을 가진 이들만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소외는 곧 피해다.

무주택 서민은 대개 주택 관련 금융정책의 피해자였다. 해당 정책에서 소외되고, 결과적으로 주택 구매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졌다. 주택 금융정책은 그렇게 집을 기준으로 빈부격차를 더욱 벌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정책은 노골적이었다. 아예 대놓고 투기를 부추겼다. 최경환 경제팀은 금리를 끌어내리고 집을 담보로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과감하게 늘렸다. "빚 내서 집 사라"는 거였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혈세를 동원해 집을 여러 채 사는 투기세력을 도와줬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풀고, 동일인에게 아파트 중도금대출 보증을 여러 건씩 해줬다. 정부가 투기를 단속하기는커녕 혈세를 동원해 부채질한 것이다.

'촛불혁명 정부'라는 문재인 정권도 나을게 없었다. 오히려 기만적이었다. 말로는 "집값 반드시 잡겠다"면서 실제로는 집값 띄우는 정책을 폈다. '제로금리+다주택 세제·금융혜택'으로 투기세력을 도와주고, 20·30세대를 '영끌' 행렬로 몰아넣어 끝내 '미친집값'을 만들어놓고야 말았다.

그렇게 기득권에 빨대 꽂은 건 마찬가지인 엉터리 보수, 얼치기 진보가 무늬만 서민정책으로 질주하는 동안 서민의 삶은 갈수록 위태로워졌다. 무주택 서민들은 벼락거지가 되었고, '이생망'의 절망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는 한술 더 뜬다. 재벌 대기업과 집부자들에게 막대한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감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감세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세금 줄여주면 투자가 늘 거"라는, 뻔한 거짓말까지 동원했다. 와중에 대통령실은 신림동 참사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의 모습을 카드뉴스로 홍보했다.

왜들 이러시나. 대체 정부는 왜 필요한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적어도 반지하 서민에게 정부 정책은 너무 멀었다. 무심하고, 야박하고, 잔인했다.

역대 정권이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을 집값 띄우듯, 가진 자들 돕듯 그렇게 열심히, 화끈하게 펼쳤다면 어땠을까.

신림동의 비극은 결코, 천재지변이 아니다. 

▲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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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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