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활성화'가 명분이지만 수명 다한 이론
산업화시대 이론으로 21세기 위기 대응하나
기업투자 끌어내지 못하고 재정만 악화 우려 윤석열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감세 규모 13조 원, 5년간 60조다. 이명박 정부 이후 최대다. 세금 깎아준다는데 싫어할 사람 있을까마는 실눈 뜨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감세 혜택이 고르지 않기 때문이다.
연 감세효과를 보면 대기업과 부자(고소득층)가 7조7000억 원,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이 4조6000억 원이다. 사정이 훨씬 나은 부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 감세'다. 거꾸로 됐다.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는 전선에서 당장 생존이 위태로운 건 서민들이다.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정부가 내세운 '부자 감세'의 명분은 투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이 투자·일자리 창출의 중심인 만큼 부담을 줄여주려 했다"고, "기업 활성화에 좀 더 무게를 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2일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세금 줄여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단다. 과연 그런가. 유감스럽게도 과거 감세가 기업 투자를 촉진했음을 보여주는 통계나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감세 정책을 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법인세율이 훨씬 높았던 노무현 정부 때 기업투자가 더 활발했다.
이명박(MB)정부에서도 "법인세 인하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대적 감세정책을 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세율 기준 30%대였던 법인 명목세율은 22%로, 20%를 넘던 실효세율(실제로 낸 세금 기준)은 2013년 16.0%로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감세정책으로 2009∼2013년 5년간 기업들이 감면받은 세금은 37조여 원(국회예산정책처 추산). 같은 기간 민간투자(총고정자본형성·설비투자,건설투자 등 각종 투자를 아우르는 개념) 증가액은 39조 원(한국은행·국세청 통계)으로 감면액보다 겨우 2조 원 웃돈다. 감면액 대비로 연평균 투자 증가액이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20%선으로 MB정부 때보다 훨씬 높았던 노무현 정부(2003∼2007) 5년간 투자 증가액은 53조 원으로 1.36배에 달한다. 기업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던 시기에 더 많이 투자했던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실효세율이 1991년 23.5%, 2008년 20.5%, 2013년 16.0%로 떨어질 때 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은 상승한 게 아니라 거꾸로 33.3%→26.1%→25.0%의 하향 흐름이었다.
결국 과거 세제정책 효과를 분석해보면 감세정책은 기업투자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세수만 줄여 정부재정만 악화했다.
복잡하게 이런 수치를 끌어다 비교할 일도 아니다. 이미 숱한 경제전문가들이 "법인세를 낮춘다고 투자가 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결론낸 지 오래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산업화시대엔 투자할 곳은 많은데 자금이 부족해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자금은 남아도는데 투자할 데가 없어 사내유보를 하고 있다. 법인세를 더 거둔다고 국내투자가 감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년전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법인세와 투자는 별 상관이 없다"고 했다.
한 때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교사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투자하게 돼 있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후진국,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세금 줄여주면 투자가 늘 거라고? 윤석열 정부는 지금 진작 수명이 끝난, 구닥다리 경제이론으로 21세기 복합위기를 풀겠다고 덤벼드는 꼴이다.
'경알못' 윤 대통령은 몰라서 그런다쳐도 정통 경제관료 출신 추경호 부총리는 왜 그러나.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한 경제전문가는 "한마디로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거지"라며 냉소를 날렸다.
혹 문재인 정부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려는 건가. 문재인 정부는 "집값 반드시 잡겠다"면서 거꾸로 다주택자에게 온갖 세제·금융혜택을 몰아줘 투기에 불을 질렀다. 그러다 망했다.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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