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꼭 그렇게 전 정권 탓을 해야만 속이 후련했나

류순열 기자 / 2022-07-21 18:08:35
또 전 정권 탓이다. 여당 대표로서 첫 국회연설인데, 시작부터 과거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문재인 정권 실패는 이미 국민 심판을 받았다. 그들처럼 하지 말라고 국민의힘에 권력을 넘겨준 거다. 그런데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입만 열면 전 정권 탓이다.

지금 과거와 싸울 만큼 한가한 상황인가.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터다. "태풍이 안마당까지 왔다"고,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말하지 않았나. 머리 싸매고 대책을 세우는데 정책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다 니들 때문"이라고 손가락질이나 하는 꼴이다. 

21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실망스러웠다. 시작부터 꼭 그렇게 전 정권 탓을 해야만 속이 후련했나. 그러나 과거를 욕한다고 미래가 열리진 않는다. 전 정권 탓으로 현 정권의 무능이 가려지진 않는다.

민생은 지금 위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갇혀 질식할 지경이다. 물가는 뛰고, 금리부담은 눈덩이다. '영끌'가구는 벼랑 끝에 섰다. 전 정권 탓이 해결책일 수 없다. 

권 원내대표가 제시한 해법이 없지 않다. 이것저것 망라했다. 믿음과 희망을 주느냐가 문제다. 규제심판제도를 도입하겠단다. 수십년 동안 반복되는 규제개혁 레퍼토리다. 보수세력이 정권만 잡으면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양 외쳐대는, 그 규제개혁은 대체 언제 완성되어 경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인가.
 
정부부채를 늘린 전 정권 탓도 했다. 재정건전성?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2년여 동안 부채가 늘지 않은 나라도 있나. 한국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2021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은 130%가 넘고, 일본은 200%중반대를 치닫는다. 

거꾸로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부자감세를 단행하며 재정지출 여력을 줄이는 현 정부야말로 미덥지 않다. 재정은 위기시 특히 필요한 정책수단이다. 재정건전성만을 신줏단지처럼 껴안고 있을 거라면 대체 정부는 왜 필요한 것인가.

공급혁신을 통해 250만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수치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서울 외곽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1기 신도시에 건설된 주택이 200만 호다.

무엇보다 진단이 틀렸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론하면서 "5년 내내 수요억제, 공급 무시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실상은 반대다. 문 정권은 수요를 억제하기는커녕 수요에, 그것도 투기수요에 불을 질렀다.

말로는 "집값 반드시 잡겠다"면서 실제로는 집값 띄우는 정책을 폈다. 어처구니없게도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 금융혜택을 몰아줘 집사재기(수요)에 불을 붙인 거다.

그렇게 투기세력을 오히려 도와주고 20·30세대를 '영끌' 행렬로 몰아넣어, 끝내 '미친 집값'을 만들어놓고야 만 게 문 정권 부동산 정책의 결말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거꾸로 진단하니 처방인들 제대로일까. 윤석열 정권은 전 정권 탓할 시간에 정책 연구나 더 치밀하게, 치열하게 하기 바란다. 그게 진정 문재인 정권을 이기는 길이다.

▲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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